북한, 서방과 교역확대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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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평양로이터=연합】『문제라니요, 무슨 문제 말입니까?』평양시내 안내원이 반문하는 것과는 달리 평양축전에 참가한 서구 방문객들은 얼마 안 있어 두 눈으로 평양 시민들의 생활난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샴푸를 사려고 늘어선 3백여 명의 줄, 아이스크림 판매대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1백여 명, 근로자의 1주일 분 봉급이 넘는 아동복, 만원을 이룬 시내버스 등.
기자가 고립국가인 북한에서1주일간 체류하는 동안 일부관리들은 인터뷰에서 북한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문제에 대해 유례없이 솔직히 시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방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숨김없이 표현했다.
『우리는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교역을 개방할 태세가 돼있다. 지구는 날로 작아져 가고 인류는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북한무역촉진위원회 대변인 김종문은 말한다.
해외여행의 경험이 많은 김은 서방세계와 북한의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는 총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외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한 외교관은 2만 명의 외국인 대표단을 유치, 수십 억 달러의 비용이든 것으로 알려진 평양축전을 꼬집으면서『그토록 엄청난 돈을 이번 축제에 쏟아 부은 북한이 어째서 빚을 갚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는가.』 라고 힐문한다.
그러나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치적 고립과 외채, 그리고 휴전선을 따라 상존 하고 있는 긴장에도 불구하고 값싼 노동력과 새로운 시장을 찾으려는 외국의 기업들은 북한을 탐색하고 있다.
한 벨기에 회사는 북한에 다이어몬드 가공공장을 차려놓고 자이레에서. 수입한 원석을 가공하고 있으며 서독과 홍콩의 회사들은 섬유업계에 파고들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노동력이 값이 싸기 때문이며 노동력의 질이 중국보다 좋은데도 노임은 중국보다 낮다고 한 사업가는 설명했다.
북한과 자본주의 국가들과의88년 교역량은 28억 달러로 6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으며 수입상품 중에는 호주로부터 수입한 10만t의 곡물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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