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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아 머리 충돌' 사고 숨긴 분당차병원... 교수 2명 구속영장 청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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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분당차 여성병원 전경. 김정연기자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분당차 여성병원 전경. 김정연기자

3년 전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를 숨긴 혐의를 받는 분당차병원 의료진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2일 증거인멸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되는 의사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를 검토한 검찰이 16일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이 청구된 2명은 당시 산모의 주치의였던 산부인과 문모 교수와, 아기의 주치의였던 소아청소년과 이모 교수다. 문 교수는 이날 “영장실질심사 등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 거기에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사고에 대한 기록이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다. 병원 홍보실을 통해 들으시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이 교수는 현재 휴가를 내고 진료를 중단한 상태다.

기록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머리 충돌... 교수 2명, '증거인멸 주도' 혐의

경찰은 해당 병원에서 2016년 제왕절개수술로 아기를 분만한 뒤 옮기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넘어지면서 아기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혔는데도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부분을 포착해 의료진을 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로 조사해왔다. 아기가 머리를 부딪친 사실은 의료기록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당시 수술방에 있던 의료진과 관계자들 조사를 통해 '넘어지면서 아기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힌 사실이 맞다'는 점을 확인했다.

경찰은 여러 번에 걸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에서 “부모에게 제공한 의료기록지 사본에서 아기의 뇌초음파 사진 판독을 지우고 준 사실이 확인됐다”며 의료진 일부에 증거인멸 혐의도 추가했다. 해당 뇌초음파 사진에는 뇌출혈과 두개골 골절, 두혈종 소견이 함께 찍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충돌이 직접 사망원인 아니다"던 병원, 그러나 "출혈이 사망원인일 수 있다"?

앞서 병원 측은 “해당 신생아는 1.16kg의 저체중 미숙아인 데다 조산으로 태어나 출생 시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고, 당시 의료진은 충돌이 사망이나 아기의 건강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사고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점은 분명한 잘못이고, 아기 부모님에게 연락해 사과드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의료기록 등을 감정하는 공공기관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측은 아기의 사망 원인에 대해 “대량 출혈에 따른 쇼크사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부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인은 알 수 없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병원 측의 “호흡곤란과 혈액응고장애 등이 주요 사망원인이었다”는 설명과 다르게, 출혈이 주요 사망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넘어진 A씨 "넘어지지 않았더라면... 죄송하다"

병원 측에 따르면 당시 아기를 안고 인큐베이터로 옮기다 넘어졌던 당시 레지던트 A씨는 차병원 홍보실을 통해 “내가 그때 주의해서 넘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런 논란도 없었을 것 아니냐. 돌이켜 생각하면 (넘어진 사실이) 너무나 후회스럽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다만 병원 측은 “증거 인멸 문제에 대해서는 확인된 것이 없다. 수사 등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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