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구라이벌 52년만에 코트서 재회|"「댕기머리 맞수」가 이제는 7순 할머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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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기는 잊혀져 가지만 상대는 새록새록 생각난다.
현해탄은 가깝고도 먼 듯 실로 52년만에 코트에서의 재회는 감개무량하기만 하다.
제67회 전국 여자 정구대회가 개막된 7일 효창 코트에서 극적인 해후를 한 최정숙(69·경기 부천시 원종동 379·사진(우))할머니와 일본의「야스시마·미츠에」(69·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사진(좌)할머니는 자신들이 10대 소녀시절이던 과거 일본 코트에서 마주 싸웠던 상대방임을 확인하고는 감격에 겨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
최 할머니가 l7세이던 해주고녀 3학년 때 전 조선정구 대표로 일본에서 열린 당시 최고권위의 이세신궁 대회에 참가했던 것은 지난 37년.
식민지 소녀의 설움을 딛고 승승장구, 5회전에 진출한 최 할머니는 당시 도야마현 나메리카와 고등여학교 3년으로 이 대회에 출전한「야스시마」할머니를 만나 접전을 벌였으나 분투를 삼키고 만다.
이로부터 반세기가 훌쩍 지나 인생의 고갯길을 넘어선 최 할머니는 7일 장년부 대회 참가차 코트에 나왔다 「야스시마」할머니와 마주친 것.
이 대회는 지난 73년부터 일본·대만선수도 참가하고있다.
「야스시마」할머니는『인생은 한편의 드라마라는 것을 오늘 알았다. 이렇게 다시 코트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서로의 근황과 지나온 얘기꽃을 피우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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