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7천원 벌이에 2천원씩 뜯어가|「자릿세」 갈취 조직 설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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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영세 노점상은 물론 지게꾼에게까지 속칭 「자릿세」를 갈취하는 폭력 조직이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일정한 자기 구역을 정해 그 안에서 영업하는 노점상·자가용 영업 행위 등이 합법적이 아닌 점을 악용, 영업 방해를 하며 자릿세·청소비 등 각종 명목으로 하루 수입금의 20%이상을 뜯고 있다.
특히 이들의 범행은 밤을 이용해 은밀히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데다 피해자들조차 신고를 꺼려 쉽게 근절되지 않는 실정이다.
경찰은 이들 조직이 서울 시내에만 줄잡아 5백개 이상 있으며 이중 1백60여개는 상당한 조직까지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남대문 경찰서에 구속된 최창렬씨 (36·서울 동자동 19)등 「창열파」 일당 3명은 남대문 시장 일대 지게꾼 10여명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며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이들로부터 2천여만원을 자릿세 명목으로 뜯어왔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지게꾼 김인수씨 (42)에게 『이곳에서 일하려면 자릿세 2백50만원을 내라』고 협박, 김씨로부터 돈을 뜯어냈으며 하루 수입 1만∼1만5천원인 이들을 수시로 밤에 집합시켜 구타한 뒤 5천원 이상씩을 갈취해왔다.
치안 본부에 의해 6일 구속된 「털보파」 두목 정봉우씨 (28·폭력 전과 8범) 등 3명은 전과자·재건 대원 등 30여명을 규합, 지난해 1월 중순부터 서울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에 문래동 일대 산업 폐기물을 버리는 J화학 대표 손모씨 (서울 문래동)에게 『산업 폐기물 매립비 및 매립장 통과 명목으로 월 3백만원씩 내라』고 요구, 2천5백50만원을 갈취한 것을 비롯, 16개 업체를 상대로 지난 1년여 동안 5억여원을 뜯어온 혐의다.
서울 강동 경찰서는 지난 1일 지난해 8월부터 고덕시장 일대 노점상들을 상대로 자릿세 명목으로 1인당 하루 5백원씩 모두 5백만원을 뜯은 김종섭씨 (36) 등 폭력배 2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서울역 앞 좌판 행상 김순임씨 (58·여)는 『하루 7천원 벌이 장사에 폭력배들에게 청소비 명목으로 2천원을 뜯긴다』며 『차라리 그 돈으로 세금을 내고 떳떳이 영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등포시장 노점상 이석구씨 (32)는 『경찰 단속이 있을 때만 잠시 숨었다가 단속이 끝나면 그동안 뜯지 못한 돈까지 요구하기 일쑤』라며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시와 협조, 이들 조직에 대한 일제 색출에 나서는 한편 일부 노점상 번영회 등이 폭력 조직과 결탁, 공공연히 회비·질서 유지비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이들 조직에 대한 수사를 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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