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노력의 새 유의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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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7 대통령 특별 선언」첫 돌을 맞아 당시 국민들 사이에 팽배했던 남북한 관계 개선에의 기대가 지금과 같은 허탈과 좌절감으로 표변한데 대해 우리는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 관계의 호전이 이루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불신의 벽이 높아진 지금의 상황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북한측에 있지만 7·7선언의 추진을 위한 후속 조치를 포함, 정부의 명확한 대북 정책의 내용과 한계를 설정하지 않은데서 온 통일 정책의 혼선에도 큰 원인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지난 1년의 시행 착오에 대한 반성을 통해 정부는 현실성 있는 확고한 정책을 확립, 홍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홍구 통일원 장관은 7·7선언 1년을 돌아보면서 『북방 정책은 빠른 속도로 진전돼 왔으나 남북 관계 개선이 이를 따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중·소나 동구권과의 관계 발전은 괄목할 수준을 보였으나 남북 관계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7·7 선언 이후 평민당의 서경원 의원과 전민련의 문익환 목사, 소설가 황석영씨, 전대협의 임수경양 등 재야와 운동권에서 정부 허가 없이 잇따라 북한을 방문하여 남북 관계는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이들은 현행법을 어겼을 뿐 아니라 국민 의사나 정부 정책에 배치되는 발언을 일삼고 국가와 국민을 모욕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아 그 충격은 컸다.
더구나 평양측이 이것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고 있고 그들의 입북이 북한의 정치 공작에의한 것이 었음이 밝혀져 남북관계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남북 관계가 7·7선언 이후 이렇게 악화된 것은 정부의 지나친 낙관주의를 북한이 역이용한데 있다.
따라서 오늘의 남북 관계의 혼란을 타개하기 위해 우선 정부는 7·7선언을 실천해 나가는데 필요한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7·7선언에 어긋나는 각종 법규의 개폐가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일반 국민은 물론, 재야나 운동권등 반대 세력에 대북 정책 의 확실한 규범이 제시됨으로써 혼란을 제거할 수 있어야 된다.
다음은 통일 방안의 준비다. 정부는 새로운 통일 방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하고도 아직 못 내놓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정부 중심의 현실주의적 보수세력에 의한 점진 온건적 통 일논과 재야 중심의 이상주의적 진보 세력에 의한 급진과격 통일논이 대립,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의 밀입북 사건들도 따지고 보면 통일 방식의 차이에서 온 돌출 현상들이다. 재야나 운동권은 정부의 권능을 인정치 않고 독자적인 방식에 따라 통일문제에 접근하려 하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지금 정부 주도의 통일 의지와 재야 주도의 통일 의지가 목표와 방향에 있어서는 일치한다. 그러나 통일 운동의 주체와 속도 및 방식을 놓고 근본적 이견을 보이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의 사회적 과제는 남북 관계와 통일 방식에 관한 이 두개의 흐름을 조화시키는데 있다. 우리 내부의 통일 없이는 결코 북한과 통일문제를 논할 수 없다.
개방과 교류를 중심테제로 하고 북한을 민족 공동체로 인정한 7·7선언 정신으로부터의 후퇴는 결코 문제 해결의 방식이 못된다. 보수측이 변화와 도전을 흡수하는 포용력을 발휘하고 진보측이 환상을 버리고 준법과 타협의 질서 안으로 들어올 때 오늘의 혼란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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