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 기구」기반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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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런던 로이터=연합】동유럽 각국으로 확산되고있는 개혁 물결에 이 지역 공산국들의 군사 동맹인 바르샤바 조약 기구가 흔들리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의 급속한 정치 변화와 이들 사이의 전례 없는 분열로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기반이 동요되고 있다고 관측통들은 분석한다.
특히 폴란드·헝가리 등 2개 회원국에서 엿볼 수 있는 서방식 민주주의를 향한 움직임은 소련 주도의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앞으로 순수한 공산주의성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 동안 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 조약을 결속시켜온 주요인은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에 가맹된 서방국가들과 소련 및 그 맹방들 사이에 힘의 균형이 유지돼야 한다는 필요성이었다고 서방분석가들은 지적한다.
『나토가 존재하는 한 바르샤바 조약 기구도 존재한다』고 런던 국제 전략 문제 연구소의「앤드루·덩컨」대령은 말한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페레스트로이카 바람이 동유럽에 불러 일으킨 흥분은 바르샤바 조약기구 34년 역사상 그 어느 때 보다도 이 동맹체에 분열과 불확실성을 심었다.
이제 회원국들은 공공연히 서로를 비방하고 있다.
동유럽 개혁 행진의 선봉에 서있는 폴란드와 헝가리는 야당이 선거에 참여, 40년에 걸친 공산당권력 독점체제에 도전할 길을 열어주었다.
체코슬로바키아와 불가리아도 제한된 범위의 경제 개혁에 착수했으나 진정한 정치적 자유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동독과 루마니아는 정치·경제면에서 다같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있다.
바르샤바조약기구를 창설, 이 동맹의 정치·군사적 사고를 지배해온 소련이 지금은 일부 회원국들의 개혁 주의자들에게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동맹국들이 개혁을 추진하든, 탄압하든 간섭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있다.
이것은 소련이 나토에 반대하는 것만큼 동유럽을 지배해온 과거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방외교관들은 맹방들의 움직임에 대한 소련의 입장이 분명 너그러워졌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이 새로운 한계선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다.
혁신적인 동유럽 국가들이라 해도 아직은 바르샤바 조약기구 자체로부터의 탈퇴를 고려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민감한 문제로 간주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폴란드와 헝가리의 관련 단체들은 이것이 그들의 목표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은 「임레·나지」전 헝가리 수상이 바르샤바 조약기구 탈퇴를 시도하다가 56년의 소련 침공을 유발한 사실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는 그로부터 2년 후 처형됐으나 그의 유령은 떠나지 않고 맴돌아 왔고 결국은 최근 그가 국가 영웅으로 복권돼 재매장되자 강경파 이웃나라들은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다.
동독은 이를 가리켜 야당세력의 궐기라고 말했고, 체코는 반혁명 세력이 득세하고 있다고 예고했으며, 루마니아는 「나지」의 장례식을 『반 사회주의, 반 루마니아, 국수주의, 광신적 애국주의, 수정주의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밖에 다른 면의 긴장도 표출 되었다. 헝가리와 루마니아는 루마니아 거주 헝가리인 문제, 헝가리와 체코는 양국 공동 댐 건설 계획의 중단 문제, 그리고 폴란드와 체코는 체코 반체체 작가「바클라프·하벨」 작 연극의 바르샤바 공연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마찰이 우려스러운 것이긴 해도 바르샤바 군사 동맹에 치명걱인 것은 결코 아니라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7일과 8일 이틀 동안 부쿠레슈티에서 열리는 바르샤바 조약 정상 회담에서는 동맹 내부의 정치문제를 해소하고 동유럽 블록이 기선을 잡고 있다고 간주되는 보다 안전한 분야인 군축문제에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소련은 동유럽 주둔군의 약5분의1을 철수시키고 루마니아를 제외한 조약 회원국들도 법력규모·무기 비축고·방위예산을 줄이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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