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 찌꺼기 의약품 원료로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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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지산업의 부산물로 나와 그냥 버려지거나 헐값으로 수출되고 있는 콩기름 찌꺼기로부터 값비싼 의약품 원료인 스테로이드를 뽑아 내는 방법이 국내최초로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 I S T) 유전공학센터 생물화학 공정실 박영훈 박사 팀은 최근 과기처 특정연구과제의 하나로 미생물·화학공정을 이용, 콩기름을 걸러낸 뒤 생기는 찌꺼기로부터 부신피질 호르몬 계통의 스테로이드 화합물인 프레드니솔론을 추출할 수 있는 생산공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프레드니솔론을 비롯한 스테로이드 화합물은 소염 진통 등의 효과가 탁월해 소염진통제·피부병 치료연고 등으로 전 세계에서 수요가 늘고있는 물질.
국내의 경우 연간 5백만 달러 어치 이상을 수입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프레드니솔론은 kg당 8백50달러에 달하는 값비싼 의약품으로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유지폐기물로부터 추출해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기술축적이 전혀 없는 상태 였다.
박박사는『지금까지 스테로이드 제제는 국내수요 전량을 완제품 형태로 수입해 왔다』고 밝히고『이번 개발은 수입대체효과 뿐만 아니라 폐자원 활용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는 콩기름 찌꺼기는 그냥 폐기처리 하거나 생산 공정이 개발돼있는 일본 등 선진국에 kg당 6백∼7백원에 수출해왔다.
박박사에 따르면 콩기름 제조과정 중 탈취공정을 거치고 나면 찌꺼기가 발생하는데 이중 12%가량이 이용가능 물질인 스티그마스테롤 이라는 것.
이 스티그마스데롤로부터 화학공정에 의해 다른 중간물질 (프로게스테론)을 제조한 다음 미생물을 이용해 또 다른 중간물질로 전환시키고 이를 다시 화학처리와 발효공정을 거쳐 최종물질인 프레드니솔론을 생산해 낸다는 것. 2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된 이 물질은 현재 특허출원 중에 있다.
한편 외국의 경우 60년대 전까지만 해도 스테로이드 생산은 화학합성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60년대 들어 스테로이드 물질이 먹는 피임약으로 사용되는 등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생물학적 발효공정을 통한 스테로이드 생산의 가능성이 제시되기 시작했으며 최근 들어 적절한 미생물의 발견 및 공정의 개발로 오히려 생물학적 방법이 화학적 방법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도달하게 됐다.
현재 선진국의 많은 제약회사들은 새로운 스테로이드계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앞을 다투어 경쟁하고 있다.
박박사는『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의 실정에서 기술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생명공학이야말로 투자가치가 큰 분야』라고 지적하고『그러나 생물학적 방법에 의한 의약품의 생산에 중요한 것은 균주의 확보·변이주 개발·공정의 산업화 등인데 국내에서는 이에 관련된 연구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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