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정책은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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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 우리 교민은 약5백만명이다. 가장 많은 곳이 중국의 1백80만명이고 다음이 미국 1백2만, 일본 70만명, 소련의 4O만명 순이다. 그 밖에 동남아와 남북 미주, 유럽 여러 나라에 퍼져 있다.
우리 정부는 세계 각지에 이렇게 널리 퍼져있는 해외 동포를 위해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가. 우리는 정부가 확고하고 지속적인 교민 정책을 갖고 있는지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최근 잇따라 일어난 밀입북 사건에 해외교포·해외업체가 여러 형태로 얽혀 있는 것을 미루어 보아도 그 동안의 교민정책이 너무 허술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교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에서 겪고 있는, 또 겪을 위험이 있는 불이익을 외교적 노력으로 줄여주는 일이며, 다음으로는 본국을 이해시키고 조국에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돌보는 일이다.
6공화국 들어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우리는 교민 정책을 펴 나가기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교민들이 바라던 인권문제와 정치 발전이 한 발짝씩 내딛고 있으며 공산권의 교포 사회도 매스컴에 의해 널리 개방되고 교류도 확대됐다. 이런 여건에서 정부는 새로운 교민 정책을 마련했는가.
분단국가의 경우 해외 교민의 위치는 미묘하고도 중요하다. 그들의 향배에 따라 분단이 심화될 수도 있고 통일이 촉진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그런 예를 많이 보아왔다. 7O만명의 재일 동포는 민단계와 조련계로 갈려 그 골이 깊다. 교포 배송 계획으로 조련계와 북한의 왕래가 활발해지고 우리 정부의 교포 고향방문 계획으로 한국으로의 문이 넓어졌으나 교포간 갈등은 덜어지지 않았다.
재미교포의 경우도 북측의 집요한 공작에 의해 적지 않은 교포들이 북한을 방문했고,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일부는 친북 경향에 흘러있는게 사실이다.
이것은 모두 모국의 분단 현상이 교민 사회로 외연되어 분단의 아픔을 겪는 불행한 현상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해외 교포들이 통합을 위해 기여할 수도 있는 입장이다. 본국 주 국민보다는 접촉이 자유롭고 다면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의 분단 상황과 통일에 도움이 되는 일, 도움이 안 되는 일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단이 있어야한다. 바로 그 이해·판단의 길잡이로 교민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실상은 어떠한가. 최근 2∼3건의 밀입북 사건에 많은 교포들이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과 외국을 경유한 밀입북 사건이 오래도록 밝혀지지 않은 점은 교민정책이 부재하거나 허점이 있었음을 실증한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대남 전략의 일환으로 공작차원의 교민정책을 펴 왔다. 유인·납치· 회유·사업 자금 지원 등 수단도 갖가지였다. 우리가 똑 같은 저차원의 교민 정책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보다 공명정대하게 우리의 입장과 우리의 통일 노력을 이해시키면서 조국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는 교민 정책을 전개했어야 한다.
지금도 많은 동포들이 조국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권익증진과 아울러 무엇이 통일에 방해가 되고, 무엇으로 그들이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관해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내실 있는 교민정책을 정부에 촉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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