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변신의 계기로 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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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 교조의 교원 노조 결성이라는 회오리 바람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다시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든 전대협의 평축 대표 밀파사건이 개탄과 우려의 대상으로 부각된 시점에서, 서울 교대가 두 달만에 문을 었다.
전교조 파동이 비록 형식상으로는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내연의 소지를 깊게 간직하고 있어 특히 전교조에 대한 교대생의 관심은 여느 대학생들과는 다른 직업적 현실감으로 다가설 것이다.
등록금 동결과 학내 민주화 투쟁이라는 진통을 다른 어떤 대학보다 격렬하게 겪었던 서물 교대로선 최근 전대협에 쏟아지고 있는 편향성과 과격성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같은 대학생으로 겪게될 갈등요인이 될 것이다.
공교육 현장의 예비교사로서, 방학중인 대학에서 학교생활을 해야할 대학생으로서 서울교대생들이 어떻게 하면 전교조와 전대협의 부담과 갈등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위상을 확립할 것인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방학중 개학이라는 이변 속에서 서울 교대가 어떠한 위상을 재정립하느냐에 따라 향후의 대학가와 교육 현장이 어디로 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기에 서울교대에 쏠리는 관심은 남다른 바가 있다.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첫째, 전대협과 전교조에 대한 부담과 갈등심리에서 벗어나 교대생으로서의 자기 자리를 먼저 확보하는 재정립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교육 현장을 벗어난 장외 투쟁, 교육 관계법의 개정운동을 벌이기에 앞서 노조 결성 강행으로 치달았던 과격 행동에 대한 여론의 지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탈법적 집단행동에 대한 여론의 지탄이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참다운 개혁의 진의마저 왜곡시켰다는 사실에 유의해야한다.
국가의 지원과 혜택 속에서 운영되는 교원 양성소로서의 서울 교대가 소수의 급진적 집행부에 의해 운영되는 전대협의 지시에 따라 등록금 인상에 대한 투쟁을 다른 어떤 대학보다 치열하게 벌였고 신학기 개강 이래 5주간의 수업밖에 받지 못한 채 교문을 사이에 두고 교수와 학생들이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전대협 소수 과격 투쟁 노선이 두 달간의 학습권을 빼앗아간 교육 황폐화의 주범이었다는 결과론에 인식을 같이 해야만 한다.
둘째, 1백여명의 소수 과격 세력에 밀려 수천의 학생들이 스스로 지켜야 했을 자신의 학습권을 박탈당한 채 유급의 궁지에까지 몰리면서도 말없는 다수 중에 단 한 명의 용기 있는 학습권 주장이 없었던 사실에 자괴의 성찰이 있어야한다.
자신의 학습권을 박탈당한 채 황폐화 된 교육 현장을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했던 두 달전의 모습에서 벗어나 교육현장을 스스로 보호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참 교사의 덕성을 이제부터 보여야 할 것이다.
셋째, 서울 교대의 투철한 자기 성찰과 변신의 움직임을 선도하기 위해 대학과 문교당국은 「감시와 처벌」이라는 권위주의적 정책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특히 학생처벌은 교육적인 효과를 위해서도 원칙과 형평의 기준이 엄격함을 유지해야한다. 학생 징계의 대상 숫자를 앞에 두고 대학과 문교당국이 숫자싸움을 벌인 듯한 처벌 방식은 원칙과 기준을 무시한 비교육적 처사였다.
학생 징계의 목적은 처벌에 그 뜻이 있기보다 교육적 선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함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서울 교대의 자기 성찰과 변신에 따른 징계 완화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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