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노 대통령, 인재가 그리도 없습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3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개각내용과 관련해 당의 수용입장을 밝히고 있다.(서울=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신임 교육부총리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 열린우리당이 ‘속병’을 앓고 있다. 김 전 실장의 교육부총리 임명은 노 대통령의 ‘코드 인사’이자 5.31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에 반하고 있다는 지적.

그러나 열린당이 이에 대한 공개적인 반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난 달 청와대 만찬에서 당청 간 요구가 어느 정도 수렴된 데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할 말도 참자’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는 지난 유시민 장관 임용 때와 비슷"

열린당 내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개각을 두고 ‘마이웨이’식 인사단행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김 전 실장이 ‘세금폭탄 발언’ 등으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운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임명을 단행한 것은 앞뒤를 가리지 않은 처사라는 것이다.

열린당의 한 의원은 “부동산 정책의 책임자로서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교육부총리에 기용하느냐”며 “이번 인사는 유시민 장관 임용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의원도 “대통령의 인사권은 전적으로 존중하고 따르는 게 원칙이지만,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반영해 신중히 해야 한다”며 “이런 면에서 김병준을 기용한 청와대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김근태 "국민의 우려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청와대 결정 따른다"

더욱이 김 전 실장은 지난 4월 총리 임명 당시 한명숙 내정자와 함께 물망에 오르는 등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고 있어 여당의 ‘측근인사’라는 반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개각을 할 때마다 말들이 많이 나오는데 (대통령을) 만나면 인재가 그리도 없느냐고 묻고싶다”면서 “김병준씨는 세금발언으로 지금까지 실수를 많이 했는데 노 대통령이 자기 생각대로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다른 의원도 “노 대통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자기 사람 챙기기를 하는 모양새”라며 “선거 후 첫 개각에서 이렇게 나오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김근태 의장은 3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통해 “행정부 인사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우리가 의견을 전하지만 최종적으로는 행정수반인 대통령 권한인 것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내부 반발의 목소리를 일축했다.

김 의장은 이어 “국민이 걱정하는 문제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당정청의 원활한 협력과 발전을 위해 당 지도부는 대통령이 결정하시면 그 결정에 최선을 다해서 협력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의원들 사이에도 다른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당 지도부에게 모아지고 이를 전달하길 바란다”며 “당정청의 협력이 국민의 요구사항이기 때문에 이견이 언론에 무차별적으로 전달되면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다”고 ‘입 단속’을 요구했다.【서울=데일리안/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