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 지도부 사전 인지 여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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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경원 의원 입북 사건을 수사중인 공안당국은 서 의원의 입북 사실을 평민당의 지도부가 사전에 인지했는지의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두고 평민당 측 관계자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수사를 시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우선 서 의원 입북 사건을 사전에 알고 있었거나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이는 평민당 문동환 전 부총쟤를 친형인 문익환 목사 입북 사건 당시의 편의 제공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곧 소환해 이번 사건과의 관련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공안당국은 문 전 부총재의 출국 금지 조치에 이어 재야 시인 출신인 평민당의 양성우 의원(양천갑)등 평민당 소속 의원 및 관계자 10여명에 대해 추가로 출국 금지시켰다.<관계기사 3면>
검찰은 출국 금지 사유에 대해 단순히 「수사상의 이유」만으로 밝히고 있으나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추가 입북 또는 사전 인지 여부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서 의원의 입북 사실을 사전 인지한 혐의로 평민당의 이길재 대외 협력 위원장을 연행하고 윤재걸 한겨레 신문 기자에 대해 사전 구속 영장을 발부받은데 이어 입북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평민당 김대중 총재의 측근 1∼2명에 대해서도 금명간 소환하여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안 관계자는 지난 2월 김대중 총재의 유럽 방문 때 수행했던 이길재씨와 한겨레신문의 윤 기자가 여행 기간 중 입북 사실을 알았던 점으로 보아 당시 평민당 지도부가 이를 사전에 알았을 개연성이 높다고 밝히고 윤 기자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듣고도 수사 기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총재 측근 1∼2명에 대해서도 곧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안관계자는 『현재 수사는 평민당 지도부가 이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의 여부로 확대하고 있는 만큼 김 총재 측근의 소환이 이번 사건의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안당국은 또 구속된 서 의원과 이길재 위원장이 평민연의 주요 인사였던 점에 비추어 평민연이 이 사건과 깊이 관련돼 있을 것으로 보고 평민연의 조직·운영자금 조달 경위 및 활동 내용 등에 관해서도 집중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한편 구속중인 서 의원은 수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해오다 지난 1일부터 입을 열기 시작했으나 평민당과의 관련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당 지도부에 대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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