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축구 해설가가 되려면 두리는 많이 배워야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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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차두리 어록'으로 시끌벅적하던 인터넷 공간에 이번에는 차범근 감독의 사진이 떴다. 월드컵 G조 조별리그 스위스전에서 프라이의 골 상황 때 두리가 "저건 사기예요, 사기"라고 말하는 순간 차 감독이 두리에게 눈을 흘기며 주의를 주는 장면이다.

차 감독은 "정말 깜짝 놀랐다. 아무리 축구 경기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판정이 나와도 그런 말은 합당한 게 아니다.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고 주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한테 그렇게 판정한다고 '사기'라고 한다면 상대 팀에 그런 판정을 내리면 뭐라고 하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차 감독은 당시 판정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초청으로 K-리그 경기 주심을 맡은 적이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 심판에게 물어보니 "프라이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고, 공을 잡아 플레이를 했다면 그 자체로는 오프사이드"라고 말했다고 한다.

차 감독은 이번 월드컵 해설이 두리의 장래 설계에 큰 도움이 됐을 거라고 본다. 운동 선수로는 드물게 신문방송학과(고려대)에 진학한 두리는 선수 은퇴 후에 언론 쪽에서 일하고 싶은 꿈이 있다. 차 감독은 "이번에는 스물여섯 살짜리 축구선수가 잠시 중계석에 앉아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한 얘기를 했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축구 해설을 하려면 단편적인 지식뿐 아니라 축구 전반에 대한 이해를 더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리는 축구뿐 아니라 스포츠 자체를 워낙 좋아했다. 국내에서 중학교에 다닐 때 부모님께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를 사달라고 해 표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다고 한다. F1 그랑프리(자동차경주), 테니스 등 스포츠라면 종목을 가리지 않고 관심을 갖는다.

두리는 은퇴 후에 '스포츠 토크쇼'를 진행하고 싶은 꿈이 있다. 첫 방송의 초대 손님도 정해놨다. 바로 아버지 '차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