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보일러와 가구가 한 이불 덮은 이유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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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LG데코빌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욕실용품의 구색을 강화하고, 아메리칸스탠더드는 부족한 유통망을 보완할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두 회사는 판매 성과가 좋을 경우 이런 판촉 행사를 정례화할 계획이다.대리점 등 자사 유통망을 다른 회사에 빌려주거나 공동으로 판매망을 구축하는 등 유통채널을 함께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술력은 있지만 대규모 유통망이 없는 중소기업들에 이런 제휴는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매장을 빌려주는 쪽에서도 갈수록 '원스톱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귀뚜라미보일러.동양매직.보루네오가구는 제품을 공동으로 판매하는 인테리어 전문 매장인 '홈시스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매장에선 보루네오가구의 주방가구와 동양매직의 주방가전, 귀뚜라미보일러의 보일러.냉난방기 제품을 함께 판다. 벽지와 바닥재.페인트.공구 등 인테리어와 관련된 중소기업 상품도 함께 판다. DIY(Do it yourself) 바람을 업고 최근 경기도 포천에 12호점을 열었고, 연말까지 모두 100개 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대리점인 디지털프라자와 LG전자 대리점인 하이프라자는 중소 가전제품을 함께 팔고 있다. 스팀 청소기 전문업체인 홈파워는 2월 전국 디지털프라자에 입점했다. 린나이코리아의 음식물쓰레기처리기인 '비움'은 디지털프라자 일부 매장에서 팔린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3~4년 안에 디지털프라자를 통해 판매되는 타사 제품의 비율을 25%까지 높일 방침이다.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동 마케팅이 활발하다. 대기업이 중소업체의 인테리어 매장에서 자사 가전제품을 전시하기도 한다. 한샘과 빌트인 가전.가구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한 LG전자는 최근 한샘의 주방가구 디자인과 색상에 어울리는 전용 제품군인 '디오스 빌트인 가전'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300여 개의 한샘 매장에서만 팔린다. 한샘이 서울 논현동과 방배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테리어 직매장에선 주방.인테리어 가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이 타사 제품들로 채워져 있다. 한샘 최은미 팀장은 "소비자가 찾는 모든 제품을 만들 수 없다면 가장 품질이 좋은 타사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한샘의 경영전략"이라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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