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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비하 사진' 논란…교학사 "한국사 교재 제작 중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교학사 한국사 교재에 올라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합성 사진.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교학사 한국사 교재에 올라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합성 사진.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초·중·고 교과서와 학습교재를 만드는 출판사 교학사가 앞으로 한국사 교재 제작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사 공무원 수험서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사진이 실려 논란이 된 지 하루만이다.

교학사 관계자는 22일 “이번 사태를 책임지는 차원에서 한국사와 관련한 모든 교재 출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또 다른 분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자·편집자· 감수자 등 점검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교학사에서 출판하는 한국사 관련 교재는 이번에 문제가 된 ‘한국사 능력검정 고급 1,2급’을 포함해 모두 13종으로 알려졌다.

전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노무현 대통령 비하 교재’라는 제목으로 교학사 수험서의 한 페이지를 촬영한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교재에는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붙잡힌 도망 노비에게 낙인을 찍는 장면’(드라마 ‘추노’)이라는 사진 설명과 함께 삽입됐다. 드라마 ‘추노’의 한 장면을 캡처해 배우 얼굴 대신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다.

교학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논란이 커지자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진 교학사 홈페이지]

교학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논란이 커지자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진 교학사 홈페이지]

교학사는 논란이 커지자 바로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또 시중에서 팔리는 교재는 전량 회수해 폐기하고, 이미 구입한 교재를 회사 측으로 보내면 환불해 주기로 했다. 교학사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수험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드라마 속 이미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단순 실수’가 아니라 누군가 고의로 넣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이미지가 합성이란 사실을 알아보기 쉬운 데다 인터넷에서 ‘추노’라는 키워드만으로는 이 사진이 검색이 잘 안돼서다. 이에 대해 교학사 관계자는 “조만간 내부 인사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직원을 문책하고, 이와 별개로 경찰에 수사의뢰하는 것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학사는 2013년에도 우편향 논란에 휩싸였다. 보수학자들이 중심이 돼 만든 한국사 교과서가 친일·독재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해당 교과서는 당시 전국적으로 채택률이 0%대에 그치며 사장됐다. 이 과정에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시도했던 학교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교사·학부모·교원단체들이 집단행동을 해 학교 측을 압박하고, 이에 반발하는 보수성향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열면서 갈등을 겪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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