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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운명은?···'죄수의 딜레마' 빠진 단톡방 동료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승리와 이성과의 성관계를 불법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뉴스1]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승리와 이성과의 성관계를 불법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뉴스1]

여성의 영상을 몰래 찍고 이를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30)씨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의 원본 자료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씨의 혐의 입증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단톡방'에 참여한 동료들의 진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단톡방 동료들 간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위법수집증거' 논란…원본은 폐기 가능성 높아

14일 경찰에 출석한 정준영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이용 등 촬영)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하지만 문제가 된 정씨의 '단톡방' 내용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논란이 일면서 증거 능력 인정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단톡방 내용은 사설 휴대전화 수리업체를 통해 복원됐고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신고자인 방정현 변호사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동의 없이 대화 내용이 복원·유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씨가 과거 휴대폰 수리를 맡겼던 사설 수리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경찰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휴대폰 사설수리업체로 가방을 들고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씨가 과거 휴대폰 수리를 맡겼던 사설 수리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경찰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휴대폰 사설수리업체로 가방을 들고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이 때문에 방 변호사도 최초 신고 당시 제보자 보호를 위해 국민권익위의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를 활용했다. 지난해 4월 신설된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는  공익신고자의 신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제보자의 인적사항 등은 봉인돼 권익위에 보관되고 본인 동의 없이 열람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308조 2항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내용이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선 해당 메시지의 원본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민주의 서정욱 변호사는 "불법적인 절차를 통해 얻은 증거는 원칙적으론 증거로 쓰일 수도 없고 법정에 제출도 하지 못한다"며 "수사기관이 당사자들의 휴대전화 등을 찾아내 원본 자료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메시지와 영상들은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8개월간 오간 내용이다. 당시로부터 3년가량 지난 시점이라 단톡방에 참여한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변경했거나 폐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단톡방' 동료 진술이 결정적…'죄수의 딜레마' 빠질 수도

정준영, 경찰로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3.14   m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준영, 경찰로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3.14 m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해당 단톡방 내용이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정씨가 혐의를 자백한다면 처벌이 가능할까? 정씨가 혐의를 시인하더라도 본인 자백만으론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씨의 자백만으론 기소나 처벌이 어려운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씨의 혐의 입증을 가를 '스모킹 건'은 동료들의 진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당 단톡방엔 정씨와 빅뱅 승리(29·이승현)를 비롯해 8명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운데 누군가 수사기관에 "단톡방 내용이 사실"이라고 진술할 경우 정씨의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날 경찰은 정씨와 함께 단톡방에 있었던 승리와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도 각각 불러 조사했다. 단톡방에 참여한 나머지 인원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한때 주점 사업을 같이하는 등 친밀한 관계였던 동료들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 이론에 등장하는 사례로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이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나쁜 결과를 야기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공개된 단톡방 메시지에 의하면 정씨의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와 승리의 성매매 알선 혐의가 드러난 상태다. 이어 단톡방 동료와 경찰과의 유착 의혹, 이들 중 일부가 함께 운영했던 술집의 탈세 의혹 등도 불거지고 있다. 단톡방 동료들이 정씨와 나눈 대화 내용이 '맞는다'고 인정할 경우 이들 의혹 역시 사실일 가능성이 커진다.

8개월간의 대화 중 아직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 많은 만큼 얼마나 더 많은 연루자와 범죄 혐의가 나올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정씨와 단톡방 동료들이 서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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