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北 동창리 재개, ‘ 협상 지렛대’로 쓴다면 악수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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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연합뉴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연합뉴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2일 ‘하노이 합의’ 결렬 후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보이는데 대해 “북한이 그것을 협상 레버리지(지렛대)로 쓴다면, 상당한 악수(惡手)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특보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합의 결렬에 따른) 나비효과가 큰 재앙을 가져오는 것은 북측도 피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문 특보는 “미국도 대화를 하겠다고 하는 만큼 판이 깨지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북한과 미국 쌍방이 자제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합의 결렬 책임이 누구에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미국도 국가이익에 기초해 협상했다고 할 것이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도 같은 얘기를 할 것”이라며 “양국에 귀책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 특보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예측가능했던 반면,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며 “(회담 전 실무협의에서)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에 가서 ‘점진적‧병행적 접근을 통한 타결’이라는 메시지를 줬는데 갑자기 ‘빅딜’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상 흐름에 판을 깬 것은 미국이 아닌가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귀책사유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그러나 “쌍방의 책임이 있는 만큼 ‘귀책사유’라는 표현은 철회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하노이 회담’ 결과를 두고서는 “노딜(No Deal) 이지, 딜이 깨진 것은 아니다”며 “고통스러운 오디세이 같은 과정의 좌절일 뿐이지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문 특보는 “(회담 성과를 위해) 너무 서두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대화가) 너무 딜레이되면 모멘텀을 잃는다”라면서 “북한과 미국이 대화 궤도에서 일탈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추가 대북제재 필요성’에 대해서는 “재제에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북한이 명시적 도발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추가 제재하는 것은 판을 깨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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