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삼성그룹 출신은 영입 1순위로 꼽힐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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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팅 회사에 찾아오는 인사 담당자들이 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디 삼성 출신 없습니까?'예요. 왜 삼성그룹 출신은 영입 1순위로 꼽힐까요?"

28일 오후 서울 쌍림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15층 대강당. 조인스HR이 연 세미나 <삼성의 신 인사제도와 인재경영 전략의 비밀>에서 커리어 케어 신현만 대표는 참석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강당은 각종 기업에서 참석한 인사담당자 180여명으로 빈자리가 없었다. 신 대표는 한겨레 기자 출신으로 오랜 경제부 근무 경험을 살려 2000년 커리어케어를 열었다. 최근엔 삼성의 인재 시스템을 분석한 '대한민국 인재사관학교'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왜 삼성출신을 찾나=지난 3월 헤드헌팅 업체 HR파트너스가 155명의 헤드헌터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70%가 선호하는 출신기업으로 '삼성그룹'(복수응답)을 꼽았다. 구체적인 기업명을 묻자 12%가 "삼성전자 출신을 선호한다"고 답해 가장 많았다.

신 대표는 "삼성 출신이 인기가 많은 건 삼성에 우수하고 검증된 인재가 몰리기 때문"이라며 최근의 경향을 설명했다. 대학생들에게 취업 선호도 1위의 기업일 뿐 아니라 우수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가며 자기 회사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다는 아니다. 그는 ^글로벌 기업에서 익힌 넓은 시야 ^폭넓은 거래선과 네트워크 ^시스템 경영의 체질화 등을 또 다른 이유로 꼽았다. 특히 삼성식 경영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하는 중견 기업들이 삼성의 인재들을 스카웃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체계화된 인사.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이 삼성의 인재들을 앞다투어 모셔간다"는 것이다.

◇삼성형 인재, 변하고 있다=그렇다면 삼성형 인재는 어떤 사람인가. 신대표는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전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교하며 "과거 삼성은 모범생 스타일을 선호한 반면 지금은 실무형 인재가 인기"라고 요약했다. 주어진 교과 과정을 착실히 수행해 온 모범생보다 다양한 사회경험을 해 본 실무형 인재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채용 과정에서 토익 점수보다 영어 회화 실력을 검증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실무형 인재를 뽑겠다는 의지다.

과거에는 '삼성 공채만 성공한다'는 순혈주의가 있었지만, 최근엔 우수 인재는 적극적으로 외부에서 영입하고 있다. 신 대표는 또 "해외에 직접 나가 인재들을 뽑아 올 정도로 국제파 인재 영입에 열심"이라고 최근 경향을 분석했다. '경리.회계.자금' 등의 관리부서 출신이 우대받던 추세가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같은 기술담당 출신이 대접받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도 했다.

◇경쟁과 보상, 삼성의 인재 시스템=신대표가 분석하는 삼성 인재전략의 핵심은 경쟁과 보상이다. 그는 "삼성의 경쟁 시스템을 버스에 비유할 수 있다"며 "매년 수천명의 승객들이 새로 타지만(신입사원) 그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는 사람도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신 경쟁에서 능력을 입증해 보이면 '입이 딱 벌어질만한' 보상을 한다고 한다. 그는 "삼성 직원의 평균 연봉과 등기 이사의 평균 연봉 차이은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최고의 보상이 최고의 인재를 만든다는 것이 삼성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해 직원들의 이직이 잦은 것은 삼성의 맹점이기도 하다. 신 대표는 "직원들 대부분이 자신을 버스 승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때가 되면 내릴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버스 운전사(CEO등 고위 간부)를 키우는 것이 고충이다"라고 귀띔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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