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멕시코 이민 뼈아픈 역사 아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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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인의 멕시코 이민 1백주년 기념행사를 내실있게 준비해 멕시코에 사는 한인들에게 이민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고, 조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2005년 5월에 맞이하는 멕시코 이민 1백주년 기념행사 홍보 활동을 위해 지난 23일 고국을 찾은 서동수(徐東洙.67) 멕시코 한인 1백주년 기념사업회장.

그는 "지난 몇년간 멕시코에 들어온 한국인들이 밀수.불법체류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된 경우가 많아 멕시코인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며 "멕시코 한인들이 1백주년 기념사업을 계기로 심기일전해 단합하고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인들의 멕시코 이민 역사는 "4년만 열심히 일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국제 이민 사기단의 꾐에 넘어가 1천33명이 1905년 4월 4일 제물포항을 떠난 게 그 시초다. 이들은 같은해 5월 15일 멕시코 서부에 있는 살리나크루스 항구에 도착한 뒤 곧바로 유카탄 반도 메리다에 있는 22개 농장에 노예로 팔려갔다.

그는 "한인들이 멕시코로 건너가게 된 사연이 우리 민족의 아픈 과거사를 보여주는 만큼 조국에서도 1백주년 기념행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한 徐회장은 68년 멕시코시티에 있는 섬유제조업체 피브라스 신테티카스의 신규공장 증설 프로젝트 엔지니어로 초빙됐다. 그는 이 회사에서 아크릴.폴리에스테르.나일론 공장 증설을 도맡았고, 지난 5월 기술이사직을 마지막으로 현업에서 물러났다. 88~89년엔 멕시코 한인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徐회장은 이민 1백주년 기념사업 준비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멕시코 한인들의 사회.경제적 기반이 미국에 비해 그다지 탄탄하지 않아 후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 체류 기간에도 한푼이라도 경비를 아끼기 위해 숙박료가 싼 호텔에서 묵었던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1백주면 기념사업의 하나로 한인 이민 역사서를 펴내고, 선조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메리다에 기념비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1920년대에 항일 독립운동의 근거지로 이용됐지만 현재 멕시코인의 수중으로 넘어간 메리다 지역의 한인회관을 다시 사들여 이민 기념관으로 활용할 방침이다.연락처:52-55-5653-1201, e-메일:

글=하재식,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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