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선 체계적 조직망 통해 정보수집|서착 동구 산업스파이 3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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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자·컴퓨터 분야에서 레이저·우주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세계도처에 동구권스파이들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
서방 하이테크분야중 이들 동구권 산업스파이들의 촉수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구석은 거의 없다고 서독 정보기관인 BND의 전직책임자가 최근 밝혔다.
「헤르베르트·헬렌브로이히」전BND국장은 기업간부들을 상대로 한 특별강연에서 일반적으로 기업경영자들은 동구권 스파이활동에 대한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 예를들면 서독은 동구권 첩보활동의 중심무대라고 일깨웠다.
동독으로부터 최근 전향한 한 첩보원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동독의 스파이활동으로 서독산업이 입는 피해액은 연간 약30억마르크(16억달러)에 달한다.
서독에서 활동하는 동독간첩들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잘 노출되지 않는다.
BND추산에 따르면 서독에서 암약중인 동구권 간첩은 2천5백∼3천명 정도이며 작년 한해에만도 60명이 적발되었다.
이를테면 서독에 산업스파이붐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소련의 스파이활동은 이미「우연한 정보수집」단계를 벗어난지 오래다.
서독의 고위 대공관계요원인 「한스·요아힘·티트게」가 동독으로 넘어간 뒤인 지난1985년 인책사임한 「헬렌브로이히」는 소련이 지금 산업스파이 조직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해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련은 방위산업부 산하에 한 위원회를 두고 필요로 하는 정보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각종 국영산업체소속 위원회를 KGB와 연결시켜 준다는 것이 BND의 분석이다. 「헬렌브로이히」에 따르면 동구권 스파이들은 회사의 일원으로서 자연스럽게 정보에 접근한다는 것이다.
『동구권 간첩은 회사책상에 버젓이 앉아있다. 때로는 지배인으로서, 그리고 가끔은 비서나 보조원으로 일한다. 또 동구에서 위장전향한 사람도 있다.』
이런저런 수단이 여의치 않을 때는 표적이 되는 기업체 사원들을 향해 포섭의 손길을 뻗친다. 포섭공작에 주로 사용되는 기회가 동구권에서 개최되는 회의 또는 서방 기업인이나 개인의 동독방문이다.
포섭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아주 비공식적이고 예사로운 접촉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일단 음모의 관계가 맺어지면 이 관계는 빠른 속도로 진전돼 벗어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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