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권 우선한 교육자적 관점” 서울대 도서관장 아들의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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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노조의 '난방파업'으로 난방이 중단된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한 학생이 한기를 피하기 위해 패딩에 모자를 쓴 채 공부를 하고 있다. 이병준 기자

8일 노조의 '난방파업'으로 난방이 중단된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한 학생이 한기를 피하기 위해 패딩에 모자를 쓴 채 공부를 하고 있다. 이병준 기자

“아무리 힘들더라도 병원 파업에서 응급실을 폐쇄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금기이듯이 대학 파업에서도 우리 공동체를 이끌 미래 인재들의 공부와 연구를 직접 방해하는 행위는 금기가 아닐까.”

최근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중앙도서관 난방을 중단시키는 등 파업을 벌이자 서이종 서울대 중앙도서관장(사회학과 교수)은 지난 11일 조선일보에 이런 내용이 담긴 글을 기고했다. 서 관장은 기고문을 통해 “병원이 파업해도 응급실은 막지 않는다”며 “학교 도서관 난방을 끄는 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 관장의 이런 글을 두고 학교 안팎에선 “난방 중단을 응급실 폐쇄에 빗댄 것은 맞지 않다”, “노동자 권리에 무심하다”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서 관장 아들이라고 밝힌 네티즌이 온라인에 글을 올려 대신 해명에 나섰다. 서 관장 아들 역시 서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고 한다.

17일 TV조선에 따르면 네티즌 A씨는 이날 서울대 온라인 게시판에 “안녕하세요. 서울대 중앙도서관장 아들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된 글을 올렸다.

A씨는 “본교 대학원 재학 중인 서 관장 아들”이라며 “아버지가 교수인 걸 말하면 혹여 주변 사람과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지 못할까 봐 말하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해왔는데 이제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밝히고 글을 쓴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서 관장이 기고한 글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도서관과 연구실은 파업투쟁을 하더라도 난방전기를 끊어서는 안 된다는 게 요지였다”며 “아들로서 혹은 대학원생으로서 아버지·교수 주장에 대해 100%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A씨는 “노동권보다 학습권에 방점을 두었다는 건 비판받을 수 있지만, 그것은 학생들을 아끼려고 했던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서 관장 글은 교육자적 관점의 글이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서 관장을 향한 인신 모독성 글을 캡처해 올리면서 “기고문 중 팩트의 오류나 논리의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지적하면 될 일이지 욕설과 인신공격은 적절하지 않다”라고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출입문에 난방재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출입문에 난방재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앞서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 기계·전기 분회는 지난 7일 파업을 선포하고 행정관과 도서관 등 3개 건물 기계실에 들어가 난방 장치를 끄고 무기한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12일 오후 1시께 대학과 교섭을 타결하고 파업을 풀기로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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