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누설과 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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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외 비로 되어있는 각종 주요 개발계획이 조직적으로 외부에 유출되어 부동산 투기에 이용된 사례가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더욱 놀랄 일은 고위 군무관계 민간인들이 군사기밀 서류를 유출해 투기를 조장한 점이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이사관 급이 포함된 군무관계자 2명이 2, 3급 군사기밀을 전문 투기꾼에게 빼돌려 땅 투기를 도와주었으며 현역 대령을 포함한 장교와 군속 등 11명이 부동산 투기를 해봤다.
각종 개발 계획의 사전 누설과 투기의 연계는 고질적이고 구조적이며,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 생각된다. 최근에 일산·분당의 신도시 건설계획과 관련해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었음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공직자들이 투기꾼들과 짜고 개발 계획을 많이 유출 시킨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구조적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이유는 충분히 있다.
전문 투기꾼은 항상 개발 계획의 사전탐지에 열을 올리고 공직자들이 여기에 말려들게 마련이다. 또 개발계획은 유관부처가 하도 많아 어느 틈바구니에서나 공직자와 검은손이 맞잡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투기꾼·업자의 절묘한 수법에 공직자가 넘어갈 가능성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군무원이 기밀서류 원본을 문방구에서 공공연히 복사, 투기꾼의 손에 넘기고 자신도 투기를 했다니 보통문제가 아니다. 부동산투기 차원을 훨씬 넘어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들의 기본 윤리와 공직사회의 기강해이에 대한 비상한 대책을 촉구한다. 경제 정의·민주화는 공직자들의 사명감이나 엄정한 복무 자세가 확립되지 않는 한 실현 불가능하다.
얼마 전 국회의원 보좌관이 군기사항을 입수하여 목적 외로 유용한 사건이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두가 크게 반성해야 한다.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을 엄히 다스려야 될 것이다. 특수한 신분을 망각한 일부 공직자들의 범법 행위로 본분에 충실한 군인과 공무원들에게 불명예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질서를 어지럽히기까지 했으니 철퇴를 가하여 관기를 잡고 차제에 투기와 개발계획 유출의 연결고리를 단절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그리고 국가기밀 군사기밀에 대한관리를 총 점검하여 다시는 불상사가 없게 새로이 운용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사로 밝혀진 사건에 군 관계 종사자들이 많이 연루되어 있으나 일반 공직자들도 이와 유사한 투기사건에 개입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각종 개발 계획과 관련된 구조적 비리를 해소하는 데 이번 사건이 큰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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