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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표보다 체감 경기 나쁜 이유는…높아진 청년 실업률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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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5%를 기록했다. 사진은 한 취업박람회의 모습. [중앙포토]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5%를 기록했다. 사진은 한 취업박람회의 모습. [중앙포토]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싸늘하다. 경기 둔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지만 실제 경제 지표와의 온도차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그 이유를 따져봤다. 11일 발표한 ‘경제 내 상대적 격차에 따른 체감경기 분석’ 보고서에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기업규모에 따른 격차 등이 커지며 ‘상대체감지수’가 실제 지표보다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의 단순 합으로 산정되는 고통지수 개념을 확장해 업종별 생산격차와 기업규모간 가동률 격차, 청년실업률 격차 등 5가지 지표를 이용해 ‘상대체감지수’를 추산했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7%를 기록했다. 잠재성장률(2.8~2.9%)에 근접한 수치다. 잠재성장률은 자본과 노동력 등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한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며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이다.

 때문에 전년도에 비해 성장률이 둔화했지만 한국 경제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렇지만 체감 경기는 싸늘하다. 실제 경기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가 다른 것이다. 한국은행은 2014년 이후 경제성장률과 상대체감지수의 괴리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격차를 벌린 가장 큰 요인은 세대간 실업률 격차다. 전체 실업률과 청년실업률(15~29세) 사이의 격차가 커지며 상대체감지수를 끌어 내렸다. 한은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세대간 실업률 격차는 상대체감지수를 큰 폭(-0.221)으로 갉아먹었다. 실제로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5%, 전체실업률은 3.8%를 기록했다.

 기업 규모에 따른 가동률 격차도 체감경기 하락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은행은 “고용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업황이 악화하면 체감 경기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주요 업종의 업황 부진이 이어진데다 대기업의 해외생산 확대에 따른 중소기업 가동률이 떨어지며 상대체감지수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의 실질적 구매력을 따져볼 수 있는 생활물가 격차(생활물가상승률-소비자물가상승률)는 2011년 이후 꾸준히 줄어들면서 체감 경기에는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실제 경기와 체감 경기의 격차가 커지는 것은 단순히 경기적 요인만이 아닌 경제 내에 누적된 다양한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청년층 고용여건 개선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균형 발전, 산업구조조정에 따른 생산격차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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