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엘비스 30년 열렬 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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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엘비스 프레슬리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 2001년 고이즈미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모아 발표한 CD를 광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합성 사진이다. 고이즈미는 도쿄에 그의 동상을 세울 정도로 열광적인 팬이다. [중앙포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30일 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를 자신의 전용기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에 태우고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1935~77년)의 생가를 방문할 예정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엘비스의 열렬 팬임을 알고 있는 백악관이 그에게 최상의 환대를 베푸는 것이다.

미.일 정상은 이렇게 끈끈함을 과시하고 있지만 북한 미사일 사태를 둘러싼 한.미관계는 미묘한 상황에 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사태 해결을 위해 10개국 정상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과는 직접 대화하지 않았다.

부시가 고이즈미를 극진하게 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5월 부시는 고이즈미 총리를 자신의 별장인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청했다. 그때 부시는 고이즈미를 흰색 '포드 250'픽업 트럭에 태우고 목장 구석구석을 구경시켜줬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의 저택인 그레이스랜드를 방문하는 고이즈미는 말 그대로 칙사 대접을 받는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부시는 백악관 의전팀과 상의해 고이즈미에게 생전의 엘비스가 즐겨 먹던 땅콩버터와 바나나를 넣은 샌드위치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레이스랜드를 관리하는 잭 소덴은 "미.일 정상이 이곳을 방문하는 건 물론 처음"이라며 싱글벙글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엘비스의 열성 팬이다. 그는 30년 전에 이미 엘비스 팬클럽에 가입했고, 1987년 7월에는 도쿄 하라주쿠(原宿)에 그의 동상을 세우는 작업을 주도했다. 총리가 된 후 2001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엘비스의 노래를 모아 CD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만찬장에서는 엘비스의 노래를 열창했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엘비스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털어놓아 라이스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고이즈미와 엘비스는 생일이 1월 8일로 같다.

부시와 고이즈미의 멤피스 여행은 두 나라의 밀월(蜜月)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일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관을 공유하며, 모든 분야에서 연대해 나가자는 취지의 '세계 속의 미.일 동맹'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공동성명 발표는 2001년 6월 첫 정상회담 이후 5년 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이번 회담은 두 나라의 동반자 관계를 새롭게 각인시키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미.일 미사일 방어망(MD) 협력도 재확인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미국과 일본이 이달 말 MD체제 구축을 위한 요격미사일 공동 개발에 공식 착수한다고 보도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2월 워싱턴에서 열린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한 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일본이 명실상부한 미국의 '최고 우방'이라며 양국 동맹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이 불쾌한 심정으로 미.일 정상의 밀월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4월 워싱턴을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밋밋한 점심 대접만 받았다"며 "미국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고집하는 일본 총리를 극진하게 대하면 중국은 화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서울=최원기<기자brent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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