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압박」긴장 속 「진상」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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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철규군 변사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단은 계속되는 시위로 「장외압력」이 가중되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 이틀째 조사활동을 벌였다. 국회조사특위는 1일 검찰의 자료제출 거부로 검찰에 대한 조사가 하루 연기되는 바람에 2일 하룻동안 검찰·경찰·현장검증활동 등으로 분주했다.
광주지검에 대한 조사는 2일 아침에야 검찰자료가 전달돼 의원들은 이를 검토할 시간이 없어 일반적인 사항만 질문했다.
의원들은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뒤 오는 7일 다시 내려와 문제점을 추궁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자료 제출 거부소식이 전해진 1일 저녁 도청 유리창 1백여 장이 깨지는 등 격렬한 시위가 있어 조사단은 광주분위기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국회조사단이 한때 검찰의 자료 제출 거부를 이유로 철수를 검토했다가 번복한 것도 조사단마저 철수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상황으로 악화될지 모른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우리도 국민의 대표로 그야말로 공정하게 진상을 밝히기 위해 여야 없이 노력하고 있다』 며 『진상을 밝히려면 조용히 지켜봐야지 그런 식으로 폭력을 사용하면 국회조사활동 결과 역시 압력의 소산이라고 다른 국민들은 믿지 않을 수 있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2일 광주지검에 대한 국회조사특위의 조사활동은 1일의 서류제출 거부와 관련한 의원들의 해명요구에 검사들이 일제히 일어서 삿대질을 하고 반발을 해 10여분간 언쟁이 벌어지는 등 감정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
회의가 시작되자 조찬형 의원(평민)은 『어제는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고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되기 때문에 서류를 제출할 수 없다고 했는데 다시 제출하겠다고 한 것은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기 때문인지 명백히 하고 넘어가자』고 사과를 요구.
이에 유순석 검사장은 『왜 사과를 하느냐』고 반발했고 배석했던 검사들도 일어서 삿대질을 하며 『사과가 무슨 사과냐』고 고함.
또 한 배석검사가 팔짱을 낀 채 의원들을 노려보고 있자 문정수 의원 (민주)은 『팔을 펴라』고 했는데 이 검사는 자리에서 일어서 『위원회 자격이야, 개인자격이야』라고 반말로 고함.
검사장이 배석검사들을 진정시킨 뒤 정상용 의원(평민)은 『의원들은 개인자격이나 소속정당원 자격이 아니라 국민이 위임한 의원자격』이라며 『그 동안 고충은 많았겠지만 이런 식으로 표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
유검사장은 『신성해야 할 국정조사장에서 감정을 이기지 못한 불미한 일에는 사과한다』고 전제, 『우리는 국정조사와 관련, 공식공문을 받은 일이 없고 어젯밤 11시에야 받았는데 그것도 3일까지 제출하게 돼있다』고 주장.
유검사장은 『그럼에도 국정조사에 협조해 가열된 복사기를 부채로 식혀가며 밤새 76권 1만2천 페이지나 복사했는데도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
이에 조홍규 의원(평민)은 『어제는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에 대한 해명은 왜 빼고 넘어가느냐』고 계속 물고 늘어졌으나 정위원장은 『사전에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회의 벽두에 있었던 일은 매우 유감』이라고 표명한 뒤 검사장의 보고 청취로 들어가 비로소 정상화.
○…이에 앞서 국회 조사특위(위원장 정동성)는 1일 오전 광주에 내려와 광주지방검찰청에 대한 조사부터 착수.
그러나 검찰 측은 조사특위가 지난달 30일 법무부를 통해 요구한 ▲상황일지·근무일지 ▲참고인 진술조서 ▲검찰중간발표 ▲검찰종합발표 등 일체의 수사자료 중 참고인 진술조서는 제출할 수 없다고 주장.
이날 검찰이 의원들에게 내놓은 자료는 이미 검찰이 발표해 보도된 내용과 일부 언론에서 제기했던 의문점에 대한 해명만 담고있어 야당의원들은 『검찰수사기록도 보지 않고 무슨 조사냐』고 항의.
조홍규 의원은 『수사기록을 내놓지 않으면 우리가 무엇 하러 왔느냐』고 항의했고 하루 먼저 내려와 검찰수사기록을 요구하다 계속 거절당한 강신옥 의원(민주)은 『수사기록을 안 보고 검찰보고를 들어봐야 쓸데없는 일』이라며 검찰에 대한 조사중단을 요구.
유검사장은 『이 사건은 아직 종결되지 않았고 수사자료, 공개는 개인의 사생활과 명예를 훼손할 위험이 있어 제출할 수 없다』는 답변만 계속.
특위위원들은 1일 오후 자료 시비로 중단된 정회시간동안 대책을 논의하고 검찰 측과 절충을 계속했으나 검찰 측은 계속 완강한 태도를 보여 마치 국회와 검찰의 「체면싸움」으로 비화된 분위기.
정상용 의원은 『이제까지는 일부 학생들이 시위를 해왔지만 검찰의 이러한 태도가 알려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예상된다』고 우려하고 『지금 검찰은 국민의 의혹이란 큰 부담을 안고 있는데도 의혹을 씻는데 협조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
정의원은 『사생활 보호문제는 의원들과 협조를 해 보호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는데 조군형 의원은 『이것은 분명 상부에서 지시한 것』이라고 단정하고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에게 직접 따지자고 주장.
이날 특위와 검찰간의 승강이는 국회의 체면과도 관계된 탓인지 여당의원들조차 야당의원들의 자료제출요구에 동조.
○…오후 2시에 속개된 특위전체회의에서 정위원장은 『특위는 헌법 61조와 국정감사조사법 10조에 의거해 광주지검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했으나 자료제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검찰에 대한 조사활동을 중지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에 대한 조사 중지를 선포.
특위위원들이 검찰에 대한 조사를 중단한 채 전남대부속병원에 설치된 이군 분향소에 분향하고 시민대책위 대표들만 만난 뒤 상경하러 하자 검찰 측은 뒤늦게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통고.
이에 따라 특위위원들은 조사를 중단하고 철수하려던 방침을 바꿔 계속 조사키로 함으로써 결국 국회조사특위의 판정승으로 결론. <광주=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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