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날자 떨어진 "보석" 김 진 <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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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해시 후보매수사건의 두 주역인 서석재 전민주당사무총장과 이홍섭 전공화당후보가 구속 40여일만에 30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형사피고인에 대한 보석결정은 흔히 있을수 있는 일이지만 두사람은 엄청난 정치스캔들로 분노와 비난의 대상이 됐던 장본인인지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서의원의 경우 그의 구명을 놓고 민정당과 민주당간의 밀약설이 나돌고 있던터라 강한 의혹의 시선마저 따르고 있다.
서의원은 때마침 노대통령과 김영삼 민주당총재의 영수회담을 하루앞둔 절묘한 (?) 시점에 풀려나 이같은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석연치 않은 것은 민정당의 태도다.
『지금이 어떤 때인데 사법부에 집권당의 입김이 먹히겠느냐』는 민정당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싶지만 일이 이루어져 가는 과정을 보면 「혹시」 하는 의구심을 지을 수 없다.
당직자들 사이에선 『영수회담을 앞두고 잘된것 아니냐』 는 환영의 반응까지 나오고 있으니 「밀약」에 대한 추측은 짙어지지 않을수 없다.
민주당도 수상쩍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사실 중진회의 테이블에 앉을때부터 민주당은 5공 핵심인사문제등에 대해 전과 달리 부드러운 태도를 보여 이때부터 정가에서는 「거래설」이 심심찮게 등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김총재를 비롯한 당전체가 서의원의 구명에 매달리는 심정을 모를바는 아니나 책임있는 야당으로서 떳떳한 행동은 아닌 것 같다.
평소 「독립」 을 역설하는 사법부가 내놓은 논리나 검찰의 대응자세 또한 개운치 않은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것외에 △피고들이 구속된지 40여일이 지나 이미 충분한 고통을 받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나 재야법조계는 「궁색한 설명」 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혹시 사법부가 민주당의 요청이나 민정당의 정치적 입장을 「이해」하려한 점이 없지 않았을까 의심하는 눈치다.
검찰이 구속당시처럼 일벌백계의 원칙을 고수한다면 항고를 못할 까닭도 없다.
서의원 보석을 둘러싸고 있는 의혹의 안개를 지켜보면서 혹시 개운찮은 정치적 거래로 법치의 형평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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