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철·유리등 맞물려 극적 긴장감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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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각가 강은섭씨는 끊임없이 작업에 매달려 살면서도 그렇게 해서 얻은 결실을 여럿 앞에 과시하는데는 몹시 서투르다. 그는 작품을 만드는 일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정과 용기를 지니고 있지만 적어도 그 작품의 창조가치와 당위성이 꼼꼼하게 검증된 이후가 아니면 그것을 좀처럼 내보이지 않는 고집쟁이다. 그가 「개인전」이란 이름으로 대중 앞에서는 기회를 뜨악하게 10년씩이나 미루어온 이유다.
흔히 과작의 작가로 불리는 그가 10년만에 제3회 개인전을 갖고 있다. 6월 1일까지 서미갤러리((546)9740). 『여행에의 권유』『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같은 시적 제목이 붙은 작품 10점을 냈다.
『주로 철과 유리, 돌과 유리, 돌과 금속 등의 재료를 함께 써서 이들의 상보적 물질관계에서 파생되는 여러 의미를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철이나 돌에 유리를 끼워 넣거나 맞물림으로써 이들 재료가 갖는 차갑고 날카로우면서도 이지적인 느낌의 부딪침을 통해 극적인 긴장감을 표현해보았습니다.』
그는 흙 또는 나무와 같은 유기적 재료를 사용해 유기적 형태를 창조해내는 것이 스스로 다짐한 조형실험의 이유이며 목표지만 내면 한구석에는 새로움을 찾는 본원적 근성까지 어울려 무언가 시대성을 표상하는 메커닉한 물질과 부딪쳐보고 싶은 일탈에의 충동 또한 어쩔 수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서울대 미대조소과를 졸업, 결혼·출산 등으로 인한 얼마간의 공백기를 거친 뒤 72년 도미, 조각수업을 받았으며 현재는 한국여류 조각가회 회장과 계원여고 예술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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