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SKB에도 망 사용료”…유튜브·넷플릭스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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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에만 1800명 회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이 2010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KT 이외의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건 처음이다.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는 2년여간 끌어온 망 사용료 협상을 24일 타결했다. 양측의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계약기간인 향후 2년간 ‘상당한 액수’를 지급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자주 쓰는 서비스와 콘텐트를 한 곳에 모은 ‘캐시(Cache) 서버’를 한 국가에 한 곳씩 둬서 운용해 왔다. 국내에서는 KT에만 캐시 서버를 구축하고 망 사용료를 내왔으나 이번에 SK브로드밴드에도 이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엘지유플러스에도 캐시 서버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구글·유튜브·넷플릭스 등 다른 글로벌 ‘콘텐트 공룡’과의 계약에도 영향을 줄 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3사의 국내 트래픽 점유율은 연간 50%에 달한다. 2021년에는 이 수치가 70%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구글과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회피해 왔다. 국내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각각 연간 700억원과 300억원 가량을 통신 사업자들에게 망 사용료로 지불해 왔다. 이 때문에 국내 사업자를 역차별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번 망사용료 지급 협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망중립성 논란’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망중립성은 ‘누구나 자유롭게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통사가 수조원을 들여 구축한 통신망을 무료로 사용하면서 소비자로부터 거액을 챙겨가는 넷플릭스·유튜브 등 외국 기업들에게 이번 페이스북과의 계약은 일종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른 통신 전문가는 “통신사는 사용자로부터 이미 망 사용료를 받고 있어 자칫 이중 부과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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