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최고 스타' 손흥민(27·토트넘)의 도전이 허무하게 끝났다. 많은 기대를 안았지만 연이은 경기를 치른 탓에 몸이 무거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안컵 축구 8강전에서 후반 34분 압둘아지즈 하템(알가라파)에게 결승골을 내주면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을 8강에서 멈추는 아픔을 맛봤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고개를 떨구고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 주장 완장을 벗었다.
손흥민은 대표팀 에이스로서 많은 기대를 안고 이번 아시안컵에 도전했다. 특히 지난달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6골 3도움을 기록하면서 이달의 선수 후보에 올랐을 만큼 물오른 공격력을 선보였다. 손흥민의 가치는 치솟았고, 그만큼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한국뿐 아니라 대회를 치르는 UAE 등 다른 나라에서도 아시안컵에 도전하는 손흥민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반대로 우려도 컸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특유의 빡빡한 일정 탓에 3~4일마다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는 아시안컵에 곧장 합류했다. 손흥민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차출로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의 합의에 따라 조별리그 3차전 중국전부터 합류했다. 2011년 막내, 2015년 중간 역할을 거쳐 이번 대회에선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책임감도 그만큼 무거웠다.
중국전에선 김민재의 헤딩골을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돕는 등 '역시 에이스'다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토너먼트에 올라가선 달랐다. 상대 밀집 수비에 고전했고, 후반 들어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다. 대회 전부터 제기된 체력에 대한 우려가 경기력에 그대로 나타났다. 때문에 특유의 번뜩이고 빠른 플레이를 토너먼트에선 좀처럼 보지 못했고, 고전했다.
손흥민 스스로도 체력 문제를 시인했다. 그는 아시안컵 현장 취재에 나선 취재진과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나 "와서 몸상태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 잠도 잘 못 잤다. 잘 자려고 해도 그런 부분이 안타까웠다"면서 "다음에 좋아지겠지라고 생각을 많이 했는데 저 때문에 그런 거 같아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결국 손흥민의 세 번째 아시안컵은 8강 탈락이라는 씁쓸한 결과를 남기고 허무하게 끝났다. 앞선 두 대회에선 통산 4골을 넣었지만, 이번엔 기대했던 골도 없었다. 특히 벤투 감독 부임 후 7경기에 나서 한 골도 넣지 못하는 침묵이 이어졌다. 고민도 생긴 '캡틴 손'이 됐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