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공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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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번『여자의 역할』공연동안 극장장인 최불암씨에게, 또 기획 보는 고무곤씨에게 변덕을 꽤 부렸다.
손님 많고 반응 좋고 신나게 공연을 끝낸 날은 활짝 웃으면서 『이집 극장이 이렇게 아담해요. 손님도 죄다 멋쟁이고 무대도 결코 작은 무대가 아니예요. 무대장치가 순식간에 싹 바뀌잖아요. 무대 옆이 아주 넓다니까… 거기다 지하철역 있죠, 주차시설 좋죠, 더 신기한 것은 데모를 하건, 노사분규가 일어나건 상관없이 손님이 모여드네요. 침묵하는 다수지 뭐예요』했다. 그러다가 손님 적고 반응 적고 따라서 힘들게 공연 끝낸 후엔 『아유, 무슨 극장이 이래요. 천장이 낮아 소리가 물리질 않아 국립극장 대극장만큼 소리질러야 되고, 그래 내 예쁜(?)목소리가 남자 목소리같이 되고. 물 흐르는 소리는 왜 그렇게 들려요. 그것도 꼭 조용하게 감정잡고 대사해야 될 대목에서 좔좔좔…. 의자는 조금만 움직여도 삐꺽 소리가 나고 또 앞으로 젖혀져서 죄다 허리 아프다고 하대요』하면서 투덜거렸다.
연기자인지라 연기자의 고충이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는 최불암씨는 그럴 때마다 주차장 근처에 새로 짓는다는 멋진 설계도면을 들고 나타났는데 『다 결정된 건 데 주민들이 공연장 생기는걸 반대해 미루고 있어요.』한다.
공연장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제대로 된 연극공연장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국립극장은 극장으로 훌륭하지만 교통이 불편해 관객유치에 힘들고, 물론 대관하기도 힘들고 세종문화회관도, 예술의 전당도 그렇고····,
동숭동문예회관 대극장·소극강도 1년 전에 미리 대관 신청을 해야 그것도 겨우 1주일 정도밖에 날짜를 안 주고…. 구석, 구석에 박혀 있는 조그마한 소극장은 어른들이 구경하긴 너무 면구스럽고 찾기도 힘들다.
『아무튼 강하네요. 천장이 낮든, 물소리가 나든 그 비싼 땅에 극장을 지어 보증금·임대료 안 받는 것도 그렇고, 극장을 맡아 후배 기르고. 적자 보면서 열심히 뛰는 최불암씨도 장하고····』하면서 제발 물소리 안 나고 천장 낮지 않은 멋있고 제대로 된 쾌적한 공연장이 주민의 반대 아닌 찬성으로 하루속히 만들어지길 바란다. 품위 있고 멋있는 연극공연장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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