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증언 앞두고 정가 이상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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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헌납한 정치자금 1백 39억원 중 일부를 청와대에서 지원했다는 보도가 정가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 동안 전씨의 5공과 무관함을 강조하면서 5공 단절을 부르짖어온 노태우 6공 정부에 큰 충격을 가한 셈이어서 청와대측은 물론 여야가 모두 파문의 파급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데 전씨의 국회증언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권내 갈등설 등 의혹이 난무하고있다.
○…전씨 주변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민정당에 대한 정치자금관련 소문이 흘러나온 것은 두 차례.
한번은 전씨가 백담사로 떠나기 전 연희동 사저를 뜨느냐 마느냐를 놓고 민정당과 연희동사이의 신경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였고, 또 한번은 전씨가 백담사로 가고 난 뒤 전씨의 친·인척들이 비리혐의로 줄줄이 구속될 때였다.
두 번의 소문 모두『더 이상 전씨를 몰아붙이면 노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여차하면 폭로하겠다』는 꼬리를 달고 소문이 퍼져나갔었다.
먼저 나온 소문의 내용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노태우 당시 대표위원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6·10 전당대회를 전후해 노 후보의 이미지관리에 쓰라고 1백억원을 주었고 이후 6·29선언이 나오고 직선제에 의한 대통령선거가 시작되자 민정당 측이 선거운동자금 명목으로 1천4백억원을 청와대측에 요구했으나 당시 전씨 수중에 돈이 없어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7백억원 정도를 민정당 측에 주었다는 것이었다.
이와는 별도로 민정당 측에 대해 창당이후 매달 25억원썩 8년간에 걸쳐 약2천억원 이상을 주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와 함께 전씨가 대통령자리를 떠나면서 5백 50억원을 노 신임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으로 전달했다는 소문이 나왔고 전씨가 백담사로 떠나는 과정에서 국고에 헌납한 1백39억원 중 전씨 소유의 실제 금액은 50억원이 안 된다는 소문이 나왔다.
특히 민정당과 연희동측 사이에 국고헌납금액을 맞추기 위해 민정당의 이원조 의원이 연락 역할을 맡았으며 당초 1백억원 미만으로 되어 있었지만 여당 측에서 『1백억원 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믿겠느냐』며 좀 더 많은 액수로 하자고 요구해 1백39억원으로 결정했다는 소문이었다.
두번째 나온 소문은 전씨가 노 후보에게 지원한 선거자금은 1천억원에 가깝다는 것이고 대통령 선거에만 들어간 돈이 간접경비를 포함, 2천여억원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청와대 당국자들은 6·29선언이 실은 전 전대통령이 주도한 것이며 전 전대통령이 노태우 대통령에게 거액의 돈을 넘겨주었다는 월간지 보도에 대해 근래에 보기 드물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껄끄러운 반응.
홍성철 비서실장·최창윤 정무수석·이수정 공보수석·박철언 정책보좌관은 이날 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회의에 참석하기 전 미리 대책을 숙의한 후 그같은 보도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결론짓고 청와대 당국자 이름으로 짤막하게 부인.
회의가 끝난 후 한 당국자는『지금 와서 6·29의 진실이라고 여러 가지 주장과 말이 있으나 그것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것으로 당시 직선제를 얘기한 사람은 많았으나 누가 결행을 했느냐가 중요하다』며『 더 이상 그 문제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언급.
이 당국자는『사람이 날개를 달고 날았으면 하는 욕망은 고대 희랍시대부터 나왔던 생각이지만 결국 날틀을 만든 것은「라이트」형제가 아니었느냐』고 반문하고 6·2 9당시 직선제 주장은 정부 내에서도 상당히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며 그 시대적 과업을 노 대통령이 맡아서 한 것』이라고 주장.
이 당국자는 또『정치자금은 쉽게 확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정치를 하자면 여야 할 것 없이 돈이 드는 것이 사실인데 그것을 지금 와서 시시 콜콜 들추는 것은 의회정치 전체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제,『만의 하나 정치자금을 캐내면 그것은 여야 모두에 해당되어야 할 것』이라고 부연.
○…민정당은 때아닌 6·29선언 및 정치자금에 대한 의혹설이 터지자 곤혹스러운 표정.
또한 전씨의 정치자금 헌납액 문제는 경우에 따라서 노 대통령의 대통령선거자금과 4·26 총선자금으로까지 인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어서 민정당은 설의 진위를 둘러싼 파문을 진화하기에 부심.
민정당 지도부는 『6·29는 노 대통령의 단독작품』이라고 딱부러지게 얘기하면서도 정치자금에 대해선『아는바 없다』고 모호한 태도.
민정당은 정치자금부분에 대해선 뚜렷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날 당직자회의는『당으로서는 일체 아는바 없다』며『다른 곳에서 해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정해 부인도 시인도 않고 있는 상황.
민정당 지도부는 특히 이 같은 의혹설이 전씨 증언을 앞두고 터져 나온 배경에 대해 전씨 측근들을 주목하고 있는데 한 핵심관계자는『국회 공개증언 등 최근 일련의 사태발전에 대해 전씨 측이 불만이 있는 모양』이라며『전씨보다는 그의 측근들이 이런식으로 불만을 흘리는 것 같다』고 조심스런 추측.
민정당 일각에서는 의혹설에 대해 『전씨 증언을 앞두고 차라리 한번 걸러내는 효과도 있지 않느냐』며 긍정적인 측면을 주시하는 시각도 있어 주목.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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