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전 공상 하루 3∼4시간 동원"|주민들 일과 후 야간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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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폴란드 유학 중 지난 6일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유학생 동영준(24)·김운학(24) 군은 20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평양축전 관련시설 건설공사에 투입되고 있는 북한의 대학생·군인·일반주민들은 직장 일을 끝낸 후에도 매일 3∼4시간씩 야간작업에, 토·일요일에도 12시간씩 각각 작업장에 동원되고있다』며 『특히 87년부터는 평양축전에 대비한다며 식량배급 때 마다 「축전비축비」명목으로 1·6kg씩 공제하고있다』고 밝혔다.
동·김군은 『지난 2월 주 폴란드 북한대사인 박상암이 유학생들에게 「축전에 종교를 갖고 있는 국가들이 많이 참가토록 하기 위해 북한에도 불교·유교·기독교 등이 있다고 선전하라. 그러나 이것은 외교상으로 선전하기 위한 것이지 실제 북한에는 주체사상밖에 있을 수 없다」고 교육했다』고 폭로했다.
동군 등은 최근 중국에서 일고 있는 대규모 민주화요구시위와 관련, 『북한사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최근 친한 친구들끼리 체제나 정책의 부당성을 몰래 얘기하는 분위기는 다소 있다』고 말했다.
동군 등은『망명 후 한마디로 상상을 초월한 밝은 모습과 높은 문화수준에 크게 놀랐다』며 『특히 농가를 방문해 냉동기(냉장고)·전기밥가마(밥솥) 등 온갖 생활필수품이 모두 갖춰져 있는 것을 보고 농촌수준이 북의 중앙당간부의 수준과 맞먹는다는 것을 충격적으로 실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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