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라엘 첨단산업으로 경제난 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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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스라엘은 여러 면에서 「부족한 나라」다. 경작지와 물이 부족하고, 대부분의 부존자원이 부족하다. 48년 건국 후 급속히 늘어난 인구유입으로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하며, 협소한 내수시장과 주변 아랍국가들과의 불안한 관계로 비싼 수송비를 무릅쓰고 해외시장을 찾아야한다.
또 가뜩이나 부족한 노동력 중에서 전체노동 시간의 10∼15%를 국방에 할애해야 하며, 전체 GNP의 17%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
이같은 핸디캡을 벗어나는 길은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생산, 수출하는 방법뿐이다.
농업의 예를 보면 유대인들의 우수한 두뇌를 실감 할 수 있다.
건국 후 약10년 동안 이스라엘은 필요한 농산물의 80%를 외국에서 수입했다. 그러나 그후 과일·채소·낙농·화훼분야에서 세계적 농업국가로 변신했으며, 농산물 수출에서 얻는 외화로 곡물·육류·코피·설탕 등을 수입, 농업부문에서 자급자족 국가가 됐다.
극도로 물이 부족한 자연조건에서 필요한 관개 농법은 세계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근래의 이스라엘경제를 볼 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3자리 숫자의 인플레이션을 들 수 있다. 77년 이후 연1백%를 넘는 초 인플레이션이 만성화됐고, 여기에 82년 6월 레바논침공에 사용된 막대한 군비가 부담을 가중시켰다. 인플레가 가장 높았던 84년엔 4백45%라는 기록적인 수치까지 올라갔다.
견디다 못한 리쿠드당은 84년 노동당에 연립정부 구성을 제의했다. 노동당의「페레스」 수상은 정부·경영·노조 3자 합의에 기초한 인플레 억제정책을 실시, 2년만에 19·7%까지 인플레를 잡았다.
당시 재무상을 맡았던「이츠하크·모다이」현 경제상(리쿠드당)은『물가불안으로 85년 한때 국민들 사이엔 패닉현상까지 일어났으나 정부는 모든 분야에 있어 과감히 수정을 가하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지난해 연말 현재 인플레는 16·4%까지 내려갔다고 밝힌다.
이스라엘 경제를 얘기할 때 언제나 지적되는 것은 경제규모에 비해 과도한 군사비 부담이다. 예산의 21%, GNP의 17%나 되는 군사비는 그 동안「생존의 문제」란 차원에서 신성불가침이었으나 최근의 경제사정은 국방비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제한을 불가피하게 하고있다.
이스라엘의 산업구조는 농업·경공업, 그리고 고부가가치의 첨단산업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전자·컴퓨터·항공·생명공학 등 첨단산업 분야는 세계적 수준이다.
이스라엘은 GNP의 2%이상을 R&D(연구 및 개발)에 투입하고 있으며 인구 1천명당 3명이 R&D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개발한 산업 및 의학용 레이저 기술·컴퓨터 그래픽스·고급 인쇄기술·태양열 발전·의학용 단층촬영 장치, 그리고 기타 군수산업과 관련된 최첨단기술 장비는 세계적으로 높은 성가를 유지하고 있다.
무역에서는 지난 87년 실적이 수출 85억 달러, 수입 1백20억 달러에 달해 국가규모에 비해서는 큰 교역실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EC지역과는 지난 75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 수출의 32%,수입의 52%를 점하고 있다.
한국과는 지난해 수출 4천만 달러, 수입 5천1백만 달러로 아시아 전체로 볼 때4%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이스라엘은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이스라엘 관계 및 경제계에선 70년대 말 이스라엘이 서울주재 상주공관을 철수한 것을「외교적 실수」로 간주, 한국에 상주공관 재개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엔 그 동안 한국이 이룩한 경제적 성과, 특히 지난 88올림픽이 한 역할이 크다.
이스라엘 외무성의「데이비드·그라니트」아시아 국장은『한·이 양국은 훌륭한 인적자원을 제외하고 이렇다할 자원이 없고 안보문제가 극히 중요한 정치상황 등 공통점이 많다. 한국의 최근 경제발전, 특히 중화학공업 분야의 발전은 눈부시다. 이 분야는 이스라엘이 부족한 면이다. 이스라엘의 하이테크와 결합하면 좋은 팀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아랍권과의 문제를 신경 쓸지 모르나 일본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아랍 국가와 잘해 나가고 있지 않은가. 한국도 이제 그만한 실력이 있는 나라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앞으로의 한·이스라엘 관계를 전망한다.
【예루살렘=정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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