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발자국 화석 2000개나 복원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공룡 발자국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서승조 교수.

"공룡 발자국 화석은 1억 년 전 생태계를 지배했던 공룡의 정보가 담긴 '컴퓨터 칩'과 같습니다. 어떤 문화재보다도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유산입니다."

국내 최초로 공룡발자국 화석 보존 처리를 시도한 진주교대 과학교육과 서승조(63.사진) 교수가 생각하는 공룡발자국 화석의 가치다.

그는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상족암(천연기념물 411호) 군립공원 해안에 널려 있는 공룡 발자국 화석 2000여 개의 원형복원 작업을 최근 마쳤다. 이곳은 미국 콜로라도와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과 더불어 세계 3대 공룡발자국 화석지로 꼽힌다.

그는 연구원과 제자 20여 명과 해안 갯바위를 오르내리며 화석 주변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굴.따개비.조개 등을 뜯어냈다. 이끼 등은 수세미로 닦아 제거했다. 2000여 개의 발자국 화석을 일일이 확인하는 데 석 달쯤 걸렸다.

서 교수는 이번 작업 도중 화석 주변에서 적지 않은 석고 자국을 발견하고는 허탈해해야 했다. 밤에 몰래 발자국 화석을 복제해 간 흔적들이다. 이 석고들도 모두 제거했다.

"방향과 보폭이 일정하지 않으면 큰 공룡 등에 쫓긴 작은 공룡의 발자국입니다. 발자국 앞쪽이 깊게 파였으면 달려갔고, 발자국의 깊이가 일정하면 조용히 걸어간 것입니다. 얼마나 재미있습니까."

원형이 선명하게 드러난 공룡 발자국 화석 앞에서 열심히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공룡의 세계에 푹 빠진 어린이 같았다.

그는 고성군 내 10여 곳의 공룡 화석지를 조사해 '고성 공룡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으며, 198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룡을 주제로 논문을 써 박사학위도 받았다.

"주요 발자국 화석은 잘라내 박물관 수장고에 보존하지 않으면 자연의 풍화작용을 이겨낼 수 없어요. 자연이 남긴 유산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때입니다."

고성 공룡박물관 명예관장을 맡고 있는 그는 강의가 없는 날이면 늘 이곳을 찾아 공룡 발자국을 점검한다. 수학여행 학생들이나 단체 관광객들의 요청이 있으면 직접 안내도 맡는다.

글.사진=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