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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장애인 '대충 조사'한 경찰 '빈축'

중앙일보

입력

[연합뉴스]

[연합뉴스]

경찰이 성폭행 피해를 본 장애인을 조사하면서 변호사 입회와 진술녹화라는 주요 절차를 빠뜨린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24일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경계성 지적장애를 앓는 A(21)씨 부부는 지난해 9월 A씨가 시아버지의 지인인 B(59)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사건 접수 당일 A씨를 2차례 조사하고 두달여 뒤 3차 조사를 끝으로 피해자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변호사 없이 A씨를 조사해 성범죄사건은 변호사 입회하에 조사하도록 한 내부 규칙인 '성폭력범죄의 수사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신고 당일 이뤄진 1·2차 조사는 A씨가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이었지만 3차 조사는 변호사가 선임된 이후였음에도 A씨는 혼자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3차 조사는 사건 송치를 앞두고 A씨에게 몇 가지 확인하려고 간략하게 진행한 것이어서 변호사 없이 이뤄졌는데 판단 실수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2차 조사에서 진술녹화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피해자가 장애로 변별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질 경우 피해자 진술과 조사 과정을 영상물로 촬영해 보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차 조사는 1차 조사가 끝난 뒤 보강조사를 위해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는데 사건 접수 당일이어서 A씨에게 장애가 있는지 알지 못해 녹화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찰 실수가 분명한 만큼 피해자가 원할 경우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재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B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장애인 강간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지난 3일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경찰에서 "과거에도 B씨의 사무실과 모텔 등에서 4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 신고 당일 발생한 성폭행 미수 혐의만 적용해 B씨를 검찰에 넘겼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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