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경영 복귀 첫 화두는 ‘대상무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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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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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무형(大象無形·큰 형상은 형태가 없다). 23일 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복귀 후 참석한 첫 사장단회의에서 내놓은 화두다. 롯데그룹은 매년 계열사 대표가 참석하는 롯데 VCM (Value Creation Meeting)을 두 번 연다. 신 회장과 계열사 사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1년 만이다. 이날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사장단 회의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이어졌다.

롯데 사장단회의 1년 만에 참석 #“기존 틀 무너뜨릴 정도 혁신해야”

신 회장이 언급한 대상무형은 도덕경(道德經) 41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무한한 것은 인간의 감각으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신 회장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그 형태와 경계를 가늠할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인용했다.

이날 회의에서 신 회장은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을 자주 언급했다. 최근 롯데에 디지털 전문가로 채용된 인력이 롯데의 현 주소와 발전 방향에 대해 적나라하게 지적하는 토크 콘서트도 열렸다.

신 회장은 “생존을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상황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롯데 역시 기존의 틀과 형태를 무너뜨릴 정도의 혁신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만일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면 심각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각 사의 즉각적인 실행을 주문했다.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를 말하면서 아버지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투자 방식에 대해 발언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최근 그룹 내 투자가 시기를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일시적인 투자만 하는 등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며 “명예회장님은 매출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셨다”고 설명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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