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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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벌써 진 꽃잎같이 빛바랜 단청결엔
바람은 바람집 짓고
거미는 거미집 짓고
원래엔 없었던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물음표 꼬리처럼
맴을 도는 염주따라
한세월 굴린 화두
둘곳 없는 노스님은
무심히 떠도는 구름을
쳐다보고 섰거니·
먹뻐꾸기 울음소리
쉬다 가다 하는 빈방
가득 든 산바람에
저절로 문 열렸나
법화경 겉장에 묻은
햇살들이 놀라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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