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위기 자민당 숨통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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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정국 최대의 현안이었던 「나카소네」 전 수상의 국회증언이 초읽기에 들어감으로써 리크루트 사건으로 빚어진 자민당의 위기는 최종국면을 맞게됐다. 「나카소네」의 증언은 자민당내 리크루트 관련의원, 특히 「후지나미」(등파) 전 관방장관의 검찰수사가 막바지에 이름으로써 자신의 관련사실에 대한 해명이 어떤 형태로든 있어야한다는 여론의 압력에 굴복한 셈이다.
또 당중진들의 삼고초여에도 불구하고 총재직고사의 뜻을 굽히지 않은 「이토」(이동정의) 총부회장이 총재직 수락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정치개혁요구」의 핵심이 「나카소네」씨 증언을 포함한 리크루트 비리청산이었다는 점에서「나카소네」도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어졌다.
「이토」씨는 리크루트 사건으로 입은 자민당 위신의 실추는 ▲파벌해소 ▲리크루트 미 공개 주를 받은 파벌영수 등 관련의원의 사직 ▲세대교체 등 자민당의 체질개선만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해 『책표지만 바꾼다고 내용도 바뀌는 건 아니다』는 당초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일본정계를 뒤에서 움직이고있는 경제단체지도자들의 목소리도「나카소네」퇴진만이 정국타개방안이라는 한점으로 모아졌다.
경단련·상공회의소·일경련·경제동우회 등 경제4단체는 16일 자민당후계총재의 조기결정과 정치개혁의 단행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 이는 결국 「나카소네」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있다.
이들 경제인은 국회의외교착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정치개혁을 통한 리크루트 청산뿐이며 후계총재는 청신한 인물을 등용해야한다고 「이토」의 개혁론을 은근히 뒷받침하는 내용이었다.
결국 리크루트 사건으로 빚어진 자민당표류의 위기는 그 최종책임자인 「나카소네」의 진퇴로 번지게 된 것이다.
그의 증언내용에 따라 전후 40년간 계속되어온 자민당의 확고한 지배체제가 계속될 수 있을지 의문도 있지만 「나카소네」의 결단에 따라 일단 돌파구는 마련된 셈이다. 「나카소네」 가 16일 밝힌 파벌회장직 용퇴의사는 현재 당 정치개혁위가 준비중인 수상경험자의 파벌이탈을 명시한「정치개혁대강」에 따른 것이지만「파벌해소」를 요구한「이토」의 개혁안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다는 점도 있어「다케시타」「아베」「미야자와」등 다른 파벌 영수의 거취와도 관련, 세대교체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이토」쇼크 이후 현재총재후보에는「고모토」(하본) 전통산상,「고토다」(후등전) 정치개혁위회장,「사카타」(판전) 중원의장,「후쿠다」(복전) 전수상,「가네마루」(김환)전부수상이 거명되고 있지만「나카소네」증언의 실현은「이토」설득의 호재가 되리라는 점에서「이토」의 재등장도 점쳐지고있다.
그러나 「나카소네」증언에도 불구, 파벌정치에 연연한 채 자민당의 정비가 28일로 끝나는 국회회기 내에 서둘러지지 않는다면 「중의원 해산 정권이양」이라는 최종카드를 준비해야될 궁지에 몰릴 가능성은 그대로 남아있다.【동경=방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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