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 없는 5월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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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광주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시위가 폭력 없이 평화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대해 안도감을 느끼면서 아마도 시외가최고조에 이를 5·18 광주민주화운동9주년 행사도 평화적으로 치러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위에 참가하는 광주시민이나 학생들이 모두 자제하고 경찰도 이런 시위를 허용함으로써 광주의 5월이 9년 만에 최루가스 없이 넘어가고 있음은 실로 우리 사회의 커다란 성숙을 보여주는 증거라 해도 좋을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 9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17, 18일로 예정돼있고 이어 20일에는 전민련 주최의 집회가 전국 각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우리는 지난 며칠 간 광주시민과 학생들이 보여준 자제와 비폭력의의지가 이런 잇단 행사에서도 계속발휘 되기를 간곡히 당부하면서 우리나라의 평화적 시외문화의 한 전형이 5월의 광주에서 나오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솔직히 말해 이철규군 변사사건이 터진 이래 온 국민은 하루하루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광주를 주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이런 자극적 사건이 터졌으니 광주에서 또 어떤 폭발이 나오지나 않을는지 누구나 걱정하고 불안해 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광주는 이군 사인에 대한 의혹과 분노를 표시하면서도 자제와 냉정을 발휘했으며 최소한 지금까지는 폭력으로 격정을 폭발시키지는 않았다.
연일 수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시위가 밤낮으로 벌어졌지만 돌멩이도, 화염병도 나오지 않았고 이렇다 할 파괴행위도 없었다. 우리는 이군 변사와 같은 불행한 일을 맞아 가슴 아파하면서도 광주의 이런 한 단계 성숙된 모습을 보고는 안도하는 심정이 된다.
광주의 이런 평화적 시위는 당국도 존중하고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보호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당국이 평화적 시위를 허용한 것은 현명했으며, 앞으로도 어떤 자극이나 층돌이 없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리라 본다.
그런 점에서 17,18일의「5월제」행사를 허용키로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국은 이군 사건에 대한 공정하고도 기민한 수사에 총력을 다함으로써 온 국민의 의혹을 풀어야 할 것이다. 부검에서 플랑크톤이 발견됨으로써 일단 익사로 보는 모양이지만 아직도 의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장면을 먹었는데 왜 밥알이 나왔으며, 비가 뫘는데도 왜 점퍼는 젖지 않았는지, 20만원 돈 봉투는 왜 처음에 발견되지 않았는지…등 제기되고 있는 많은 의문점에 대해당국은 성실하게 수사하고 성의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 의문점이 있는데도 대담을 않으니까 의혹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수사상황을 수시로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 밝혀진 것은 밝혀진 대로 발표하고, 미흡한 점은 미흡한대로 인정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는 것이 옳다. 당국이 성의 있는 공정한 수사로 의혹을 풀어야 시위참가자들도 자제할 수 있고 시위도 가라앉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광주 시민의 자제·비폭력과 함께 이런 당국의 성의 있는 노력으로 광주의 5월, 아니 우리나라의 5월에서 다시는 최루탄과 화염병을 보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지난 며칠 간 광주에서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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