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병·최루탄없는 시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인도를 따라 평화행진을 하겠다는데 왜 안됩니까.』 『사전신고를 하지 않은 시가행진은 허용할수 없습니다.』 13일 오후5시 광주 전남대 정문앞. 방금 전남대 종합운동장에서 전민련주최 「광주항쟁계승·학살원흉처단 및 민중운동탄압 분쇄를 위한 국민대회」를 마친 전대협소속 학생·시민등 1만여명이 저지하는 경찰과 설전을 벌였다. 『5공부활·학살원흉 노태우정권 타도하자』 『살인 고문자행하는 합수부를 해체하라.』
경찰이 완강히 저지하자 시위대는 아스팔트 바닥에 벌렁벌렁 드러누워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1시간여동안 간간이 경찰저지선을 뚫기 위해 밀고 당기는 몸싸움을 벌였으나 『비폭력·평화시위만이 우리들의 정당성을 입증할수 있다』는 지도부의 호소와 자제를 충실이 따랐다.
결국 화염병과 돌대신 시위대는 삼삼오오 저지선을 빠져나가 다음 집결지로 향했다. 『광주항쟁의 상징적인 장소인 이곳에서 간단한 기념집회만 열겠습니다.』 『사전신고가 되지 않은 집회는 허용할 수 없습니다. 다음에 신고를 하고 하십시오.』 저지선을 우회한 시위대는 30여분간의 평화적 시가행진 끝에 도청앞 분수대주변에 재집결, 경찰과 또한차례 설전을 벌였지만 돌·화염병을 끝내 던지지 않았고 경찰도 잔뜩 쌓아둔 최루탄 발사를 자제했다.
14일 오후에도 광주시민·학생등 3천여명이 도청앞 금남로·전남대병원앞 등지에서 3일째 「광주학살·고이철규열사 살인고문 규탄대회」와 시가행진을 벌였지만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돌·화염병이 아닌 비폭력·평화시위의 「도덕적 우월성을 실감케하는 이틀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