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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스 마지막 작품 ‘3월초 키리졸브 연습’ 물 건너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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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다음달 말로 잡히면서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의 마지막 ‘작품’이 빛을 못 볼 수도 있게 됐다. 매티스 전 장관은 지난 1일 퇴임하기 직전 올해 상반기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의 방향을 매듭지었다.

작년 10월 한·미 국방 실시 합의 #북·미정상회담 결과 따라 유동적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20일 “매티스 전 장관이 마지막에 가장 신경을 쓴 업무 중 하나가 키리졸브·독수리”라며 “지난해 10월 3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50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만난 뒤 ‘연합훈련을 더 유예해서는 안 된다. 키리졸브·독수리 일정을 잡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티스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양국 국방장관이 키리졸브·독수리 실시를 공식 발표해 이를 확정하려고도 했다”며 “하지만 시리아 철수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무산됐다”고 전했다.

한·미 군 당국이 당초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3월 초 지휘소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키리졸브 연습을 10일만 치른다. 예년의 경우 2주(14일)간 하던 것을 줄인 것이다. 또 실제 전투부대가 야외에서 기동하면서 벌이는 독수리 훈련은 3~4월 규모를 대대급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본토나 해외 미군기지에서 한국으로 보내는 증원병력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전반적으로 로키(low-key)를 유지하면서 연합훈련을 핑계 삼아 북한이 비핵화 협상장에서 뛰쳐나가지 않도록 하자는 기조다. 매티스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21일 “독수리 훈련에 대해 (대북)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개편(reorganize)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매티스 전 장관이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엔 잇따른 연합훈련 유예에 대한 미 군부의 우려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 군부는 연합훈련 유예로 전투준비 태세가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하지만, 그보단 동맹국인 한국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게 동맹을 훼손하는 행동으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취임 후 정경두 장관에게 “연합훈련 유예를 일방적으로 전달해 유감”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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