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씨 비자연장 싸고 한-일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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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방인철 특파원】북한을 방문한 뒤 귀국 길에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작가 황석영씨의 비자연장문제를 두고 주일 한국대사관과 일본 정부당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황씨는 지난달 27일 북경주재 일본대사관에서 15일간의 단기경유 비자를 받고 일본에 입국했으나 황씨 자신이「기행문집필」을 이유로 2개월 이상의 장기체류를 희망, 입국사증경신의 뜻을 일본법무성에 전달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대사관측은 황씨가 실정법을 위반한 기소중지자 이므로 일본에 오래 머무를 경우 물의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와 함께 단기경유비자의 경우 통상 연장허가를 해주지 않은 일본당국의 관례를 들어 경신을 인정하지 말아달라고 외무성 등 일본관계당국에 요청해 놓은 상태.
황씨는 7일 스스로『7월12일까지 비자가 연장되었다』고 주장했으나 일본법무성 동경입국관리국에는 아직 정식으로 비자경신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소식통에 따르면 황씨는 자신의 기행문을 일본의 A신문 출판부와 독점 전재계약을 하고 이미「입도선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대사관측은 황씨가 이를 기화로 비자연장허가를 해줄 것을 관계당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히「덴·히데오」(전영부) 참의원의원 등 황씨와 평소 친분이 있는 일본정계의 실력자가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대사관측은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눈치.
이미 문익환 목사의 일본체류 때 「여권기간만료시한 20일전 비자발급은 관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일본 외무성에 한차례 항의한 바 있는 한국 대사관측은 이번 황씨 케이스만은 양보하지 않을 뜻을 굳히고 있어 일본 당국의 처리가 더욱 주목을 모으게 됐다.
황씨의 현재 경유비자기간은 12일 만료될 예정이어서 이번주 중으로 연장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나 적어도 15일 이상 비자 경신허가는 있을 수 없지 않느냐는 게 한국대사관측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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