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변화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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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월 두 북한학생이 한국으로 망명해 온데 뒤이어 최근 다시 폴란드에서 유학 중이던 두 북한학생이 망명해왔다. 우선 우리는 이들이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를 배격하고 남쪽의 자유와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한 어려운 결단과 행동을 환영한다.
우리는 이들의 망명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극심한 갈등을 겪으면서도 6·29선언이래 꾸준히 지향해온 민주화 노력이 남북한 관계의 앞날을 위해서도 올바른 방향임을 재확인하고자 한다.
이제 하나의 추세를 이루기 시작한 북한유학생들의 망명이 갖는 의미는 북한의 젊은 세대 사이에도 소련을 중심으로 세계 거의 모든 공산국가들에 일고 있는 체제 반성과 자유화 개혁의 바람이 미풍을 일으키고 있다는데 있다.
북한의 지도부는 아직도 6·25 동난 이래 변함없이 추구해온 대남 혁명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와 같은 북의 입장은 지금 남북한 관계의 호전을 위한 주변 여건이 과거 어느 때 보다 성숙되고 있는 현실에서 안타깝기 짝이 없는 시대착오적 미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북한 학생들의 망명사대는 결국 북의 지도층에 그와 같은 잘못 된 현실인식을 깨우쳐 줄 수 있는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와 가디언 지는 평양 현지 발 기사에서 지하철 벽에 반정부 구호가 쓰여진 것을 목격한 서방 여행자가 있었으며, 군 내부에서도 김일성을 암살하려는 기도가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내부로부터의 충격은 공산세계 전반에서 일고 있는 개혁운동과 어울려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퍼질 때 북한 지도층도 대세에 순응하는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중심으로 그와 같은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남북한 관계의 호전은 그런 변화를 전제로 할 때 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 내부에서 움트기 시작한 온건화, 개방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대북한정책을 밀고 나가는 한편 북한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민주화 노력을 더욱 철저히 일관성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망명 학생들은 한국에서의 시위현장을 보면서 『시위를 하려면 다같이 하고 안 하려면 다같이 말 것이지 한쪽은 하고 다른 쪽은 막고 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논평했었다고 한다.
유일 체제 안에서 늘 관제시위만 보아왔던 눈에 민주주의의 활력이라 할 표현과 시위의 자유가 그렇게 기이하게 보였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들 북한학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남한을 찾게 한 유인은 그와 같은 다원적 의사표시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 민주주의 체제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체제의 강점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것은 북한의 경직된 유일 체제의 시대착오적 결함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다른 공산국가들처럼 한국의 정치·경제체제쪽으로 접근해오는 방향으로 남북한간의 동질화를 이끌어내게 만들 수 있는 측면도 갖고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북한 학생의 망명이 남북한 사회에 다같이 교훈이 되어 한국은 민주화 개혁에 자신감을 갖게 하고, 북한은 잘못 된 현실인식에서 벗어나 남북간의 동질화를 이루는 촉매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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