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오른 분단·통일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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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백제왕자 서동과 신라공주 선화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국가권력의 파괴적 본질과 지배층의 권력욕, 참혹한 전쟁에 수백년간 시달리는 백성들의 참상을 현재적 시각으로 조명, 분단과 통일 문제를 다룬 『신이국기』가 오는 9∼15일 오후4시30분·7시30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중견작가 최인석씨가 권력구조의 본성을 예리하고 밀도 있게 파헤친 작품을 무대화한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의 세 번째 연극. 창단공연 『지킴이』와 제2회 정기공연 『오장군의 발톱』으로 제11회 서울연극제 연출상, 예술평론가 제정 87년도 최우수예술가, 88년도 백상예술대상 연출상을 휩쓴 연출가 손진책씨가 또다시 연출을 맡아 관심을 모은다.
수백년에 걸친 전쟁으로 상호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는 백제와 신라는 모두 불신과 증오 속에서 폭력적 통일론에 휩싸인 상태. 백성들 사이에 백제왕자 서동과 신라공주 선화가 혼인하리라는 소문이 퍼지고, 두 나라의 각기 다른 사정때문에 백제와 신라는 서동·선화의 혼인과 함께 동맹을 맺는다.
이로써 일단 평화가 이뤄지지만 두 나라의 귀족들은 임시방편으로 동맹을 택했을 뿐인 만큼 통일을 내건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구실로 백제왕비가 된 선화를 살해한다. 전국이 통일논의로 들끓는 요즘 새삼 되새겨 봄직한 대사가 적지 않은 연극이다. 이명수씨가 서동, 이인희씨가 선화역을 맡는다.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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