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영국 사람들은 경찰을 「스코틀랜드 야드」라고 부른다. 그것이 애칭으로 바뀌어 그냥「야드」라고도 한다. 원래는 런던 경시청이 있던 자리가 스코틀랜드 야드였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다.
다른 말도 있다. 「보비」나 「필러스」 모두 「로버트·필」이라는 성과 이름의 애칭에서 비롯된 말이다. 「R·필」은 벌써 1백50여년 전 영국 경찰조직을 민주경찰의 모습으로 개혁한 인물이다.
그의 이름을 따 영국 사람들은 지금도 보비니, 필러스라고 한다. 어느 쪽이든 친근감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영국 경찰이라고 모두가 성인군자는 아니다. 이런 얘기가 있다. 하루는 철학자 「B·러셀」이 데모군 중에게 휩쓸리게 되었다. 방금 케렌스키 혁명을 찬양하는 연설을 하고 난 뒤였다.
그 광경을 목격한 어느 부인이 경찰관에게 말했다. 『저분은 유명한 철학자입니다. 보호해 주어야 해요.』경찰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저분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철학자란 말 이예요.』부인은 답답한 듯 거듭 말했다. 경찰은 여전히 주목하지 않았다. 부인은 다시 한번 고함을 질렀다. 『저분은 백작의 동생이란 말입니다.』 비로소 경찰은 깜짝 놀라「러셀」을 부축하려고 허둥거렸다.
「러셀」자신이 자서전에 쓴 얘기니 믿어도 좋다. 영국 경찰이라고 유식하고 권력에 아부할 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영국 사람들은 그래도 「야드」라는 명칭을 쓸 때는 「더」라는 정관사를 붙이고, 그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쓴다. 그만큼 한 수위로 대접을 해주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경찰을 「오마와리상」이라고 한다. 순경이라는 뜻인데 앞뒤에 존칭을 붙였다. 「오」와 「상」이 모두 상대를 높여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존칭을 달아도 경찰을 미워하거나 공연히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하 생들이나 군중들이 요즘 데모하는 것을 보면 경찰과 의논해가며 한다. 선두에 선 사람들과 경찰은 웃는 얼굴로 뭔가 얘기하면서 데모를 이끌어간다.
엊그제 부산 동의대 소요사대 에서 희생된 경찰관들의 유족은 『학생이 죽으면 열사고, 경찰이 죽으면 개죽음이냐』고 통곡했다고 한다.
우리의 가슴을 찌르는 말이다. 비록 경찰은 불명예의 과거를 갖고는 있지만 오늘 그런 것을 얘기할 계제가 아니다. 경찰은 민주화 시대의 와중에서 요즘 고생을 혼자 도맡아 해왔다. 우리 경찰도 이제 민주화가 이루어지면 애칭을 하나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