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지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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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나라가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선 피나는 기술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의 기술보호주의가 거세지고 무역·기술마찰의 파고도 높아져 기술개발은 더욱 중요하다. 노사분규와 수출부진의 회오리 속에서도 남모르게 첨단기술개발에 땀을 쏟는 기업 및 연구소들의 연구현장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대기업에서도 힘들어하는 정보통신분야의 첨단기술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인 (주)디지콤(서울 강남구 역삼동 828 올림피아센터 빌딩).
직원이 55명에 불과하지만 40명이 연구원이며 이 가운데 박사 및 박사과정중인 사람이 15명이나 된다. 최고령 연구원이 33세일 정도로 대부분이 20대 후반의 패기있는 젊은 엘리트다.
음성통신·신호처리·PC통신·근거리통신망(LAN) 등 8개 연구실을 가진 부설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김원모 사장(50)은 『비싼 로열티를 받아가면서 원천기술은 주지도 않고 물건만 팔아먹는 것이 외국기업의 생리』라면서 젊은 인재들을 한 곳에 모아 핵심원천기술을 스스로의 힘으로 개발, 보급하기 위해 86년 9월 회사를 설립했다며 이익금은 인재양성에 전액 재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올림픽사상처음으로 오디오 텍스 시스템을 사용한 음성정보서비스(VIS)를 개발, 주요 올림픽정보를 한·영·불어로 전 세계의 전화가입자에게 제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VIS는 현재 백화점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이 달 말에는 프랑스 파리에 진출한다는 것.
디지틀 음성통신·데이타통신·VAN·디지틀 신호분야에서 고속모뎀개발 등 10여 개의 연구과제를 수행중. 김형정 박사(29·음성처리연구실장)는 『기계가 말을 알아듣고 찍어내는 음성인식 및 음성합성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4∼5년 안에 현재의 1백단어 수준에서 수천 단어를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사장은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 출연연구소에 너무 편중되고 있다』면서 『고급인력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민간의 전문기관에도 기회를 줘야하며 중소기업의 국내기술개발제품에 대한 우선구매에도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87년에 4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9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약 2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정보통신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기술이면서도 업체가 해결하기 어려운 기술의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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