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월급제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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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시내 전체 택시 가운데 개인택시를 제외한 2만6백 여대의 회사택시가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지긋지긋한 시위와 폭력 대결로 시민들이 불안감에 싸여있는데 택시마저 파업을 하고 말았으니 불쾌지수가 더 높아지게 됐다.
사회가 어수선하고 시국이 가파르면 사회 어느 한 부분이라도 자제하고 극한 수단은 되도 록이면 삼가야할 터인데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갈 데까지 가는 식으로 나오니 이대로 나가다가는 장차 우리사회가 어떻게될지 걱정이다.
이번 택시파업의 경우도 택시노조 측이 냉각기간이 끝나는 오는 7일까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결과를 보고 난 후 파업여부를 결정해도 될텐데 그걸 기다리지 않고 성급하게 불법파업부터 단행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환영받기 못할 행동이었다.
택시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월급제 실시 문제만 해도 기사들의 요구가 정당한 만큼 여론의 추이와 협상과 대화를 통해 얼마든지 순리로 풀어나갈 수 있는 사안인데 선 파업-후 협상의 파행적 방법을 동원함으로써 정작 호응을 받아야할 시민으로부터 오히려 비난을 받고 외면 당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말았다.
택시업계의 해묵은 숙제로서 해마다 고질적인 분규의 원인이 되어왔던 월급제 문제는 교통당국이 진작 해결했어야 할 병폐였다. 날마다 회사 입금을 많이 내야 자기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업적급 때문에 무리한 운행을 하지 않으면 안될 택시 기사들의 처지도 딱하거니와 시민이 받는 불편과 고통도 적지 않다.
시민의 원성의 적이 되고 있는 택시기사들의 과속과 난폭·승차거부·골라 태우기·부당요금 징수와 불친절, 그리고 엄청난 교통사고의 근원적인 이유가 무리한 사납금과 업적급에 기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택시업자들은 월급제를 실시하면 수입금이 줄어 경영이 어려워진다고 하고, 교통당국 역시 업자들의 사정을 인정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월급제를 실시하지 않음으로 인해 사회가 받는 엄청난 피해를 방치해도 된다는 정당성은 인정될 수 없는 노릇이다.
택시업자들은 택시업의 특수성을 들어 업적급을 폐지하면 근무를 태만시하는 불성실 근무자가 성실 근무자와 똑같은 임금을 받게 되는 모순이 생기고 성실근무자의 근무 의욕마저 떨어뜨리는 폐해가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업자들의 논리라면 택시업계의 월급제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또한 다른 직장이나 기업에서도 월급제 실시가 어렵다는 주장밖에 되지 않는다.
어느 직장이나 기업에서도 수많은 종사원 가운데는 능력자와 무능력자가 있고, 업무에 충실한 직원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직원이 있게 마련이다. 자질이 떨어지거나 무능하고 충실치 못한 직원을 능력 있고 근무의욕이 왕성한 직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회사 안에 노무관리 시스팀도 두고 인사관리와 교육·훈련제도를 두고 있는 것이다.
우수한 직원에게는 표창도 주고 상여금제도를 두는 것도 모두 이러한 취지에서다.
택시업계가 다른 일반기업이 이행하는 이 같은 노력은 하지 않고 월급제는 무조건 안 된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기사들의 근무상태가 그토록 의심이 난다면 타코미터기나 무선기를 부착해 운행 상황을 얼마든지 체크할 수 있지 않은가.
교통부는 앞서 택시요금을 인상해야할 불가피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업자들의 요구만으로 대폭 인상해 주었다. 요금 인상 때 월급제 실시를 전제, 고리를 달았던들 이번과 같은 사태는 안 일어났을 것이다. 이번 파업에 전적인 책임을 느껴야할 교통당국은 파업이 더 이상 장기화하기 전에 수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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