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지도층, 대화하여 지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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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인들은 27일 도전적인 항의시위를 벌여 그들의 혁명 1세대 지도자들에게 당장 모욕감을 안겨주었지만 이 같은 시위로 중대한 정책변화가 곧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북경의 서방외교관들이 말했다.
수만 명의 학생들과 그들을 환호하는 다수의 노동자들이 이날 온종일 벌인 시위에 1백만명 이상의 북경 시민들은 관심을 보였으며 많은 사람들은 학생들에게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60년대 문화혁명 시절 이후 북경이 이처럼 무정부적인 상황을 맞기는 처음이다.
당국이 라디오나 TV, 또는 관영신문 등을 통해 시위대들에 전한 엄중한 경고는 시위를 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고무했다.
『중국 지도층은 모욕을 받았다. 그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도 모른 채 마치 지난날의 황제들처럼 중남해에 갇혀 있다』고 한 외교관은 말했다.
이 외교관은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와는 달리 이들 지도자들은 구제도에 의지, 사태 해결을 기도하고 살아남을 것이며 더욱 시련을 맞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시행된 긴축정책으로 경제개혁은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더디게 됐으며 중국은 외국의 투자를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외교관들은 전했다.
정부와 공산당 지도층에서 가까운 장래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분석가들은 말했다.
『만약 지도자들이 사임한다면 누가 그들의 직책을 맡을 것인가. 중국에는 조직된 야당이 없다. 오늘은 학생들이 승리했다. 폭력도 없었다. 다음 단계는 대화』라고 중국의 한 언론인은 이날 시위에 관해 논평했다.
학생들이 중요한 양보로 생각하는 것은 정부가 27일 오후 적절한 분위기 하에서 대학의 공식채널을 통해 시위 학생들과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중국의 유명한 반체제학자인「팡리지」(방려지) 교수는 중대한 정책변화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방교수는 『정부당국의 의중을 읽는 것은 힘드나 학생들이 성공의 기회를 얻었다고 보지는 않으며 정부로부터 어떠한 대답을 얻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 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격동의 60년대를 경험한 한 서방 고위 외교관도 학생들의 시위결과로 급격한 변화는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정부가 부패와 인플레 등 경제문제에 있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생사태에서 시간을 벌려하고 있으며 갑작스런 변화는 원치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교관은 또 『유명한 지식인들이 현직에서 추방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은 매우 오랫동안 계속돼 정부는 지구전을 펴면서 봉쇄하려 할 것이며 학생들은 정부의 폭력매도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교관들은 「덩샤오핑」(등소평) 이 은퇴한다고 말한 것은 진심인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전국 주요도시에서 발생한 학생들의 시위로 그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한 외교관은 『정부가 강온양면을 모두 보일 수 있으나 화합보다는 탄압이 더 가능성이 높다』 고 결론지었다.
【북경 로이터연합=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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