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않는 아파트 단지에 과태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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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재건축 추진을 위해 시설 수리를 회피하는 아파트 단지에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고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노영민 의원 등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11명은 당정협의를 거쳐 이런 내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을 16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3.30 재건축 대책 후속조치로 마련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 장기 수선계획에 따라 아파트 단지의 주요 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건교부 서명교 주거환경팀장은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수선계획에 따라 시설 보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건물 수명 단축으로 인한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이를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 의원실 관계자는 "당정협의 과정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일단 정부 입장을 존중해 법안을 제출하게 됐다"며 "상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중견 건설업체의 한 임원은 "아무리 재건축을 추진한다고 해도 수돗물이 새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는데 이를 고치지 않을 아파트가 어디 있겠느냐"며 "수리 문제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알아서 하도록 맡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자체가 수리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만큼 법이 시행돼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에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해 봐야 가구별로는 1만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일부 아파트가 제대로 수선을 하지 않는 것은 재건축 때문이 아니라 수선에 필요한 충당금이 없기 때문"이라며 "고치지 않는 것을 제재하기보다는 아파트 단지들이 적절한 충당금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개정안은 입주자 대표 등이 아파트 관리와 관련해 각종 용역업체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또 지자체가 주택건설사업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공공청사 등의 용지를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사업시행자에게 기부채납을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건설사 등은 지자체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 때문에 분양가가 상승한다고 주장해 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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