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중앙은행 총재 주식 투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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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본 중앙은행의 총재가 사설 펀드 및 민간기업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코너에 몰렸다.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사진) 일은 총재는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총재가 되기 전 후지쓰(富士通)종합연구소 이사장 시절에 사외이사로 일하던 몇 개 상장기업의 주식을 취득해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후쿠이 총재는 최근 내부자 거래 혐의로 구속된 무라카미 요시아키(村上世彰.46)가 운영하던 '무라카미 펀드'에 총재 취임 전 1000만엔(약 9000만원)을 맡겼던 사실이 들통난 바 있다. 그는 1998년 일은의 접대 오직사건으로 부총재에서 물러났다가 2003년 3월 총재로 부임했다.

현재 일은 총재에게는 직무상 얻은 비밀을 이용해 이익을 얻는 행위가 금지돼 있지만 취임 전 취득한 주식에 대해선 별다른 규제조항이 없다. 따라서 위법은 아니다.

다만 중앙은행 총재가 애초부터 비정상적 사설펀드란 지적이 있어온 무라카미 펀드에 개인적 친분을 내세워 자산운용을 부탁했다는 사실 자체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적어도 일은 총재로 취임했으면 주식과 펀드를 정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다.

후쿠이 총재는 이날 "무라카미 펀드의 운용수익은 많은 해에는 수백만엔 단위, 적을 때는 수십만엔 단위였다"며 "20일까지 상세한 내역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맡은 바 직무를 완수할 것"이라며 야당의 사임 요구는 일축했다. 그의 임기는 2008년 3월까지다.

정부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으로 금융정책을 결정해야 할 중앙은행 총재가 총리에게 감사한다는 인사말을 하는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사설펀드와 주식투자 문제로 국회에 불려다니고 이런저런 해명을 하는 사태 자체가 중앙은행 총재의 권위를 크게 훼손시켰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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