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휴보' 손 들고 질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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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질문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까봐 그렇게 걱정하는 겁니까?"

오준호(51.사진(左))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로봇 '휴보'(사진(右))가 번쩍 손을 들어 다른 패널들에게 영어로 질문을 던진다. 사전에 오 교수가 입력해 놓은 것이다. CNN 인터내셔널의 특집 프로그램인 '인간과 기계의 미래 정상회담'이 녹화된 싱가폴의 한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오 교수와 휴보는 복제 양 돌리를 개발한 영국의 알랜 콜먼 박사, 인류학자인 스위스 로잔대 다니엘 써퀴 교수, 미국 UC버클리대 재이 키슬링 교수, 로봇 심리학자인 조안 프란스키 박사 등 세계적인 과학자 4명과 함께 패널로 참석했다. 이 프로그램은 15일 오후 1시간 동안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방송된데 이어 16일 오전 6시 등 앞으로 6회 재방송된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마이클 홈즈는 휴보를 세계적 수준의 로봇이라 추겨 세웠다. 그러자 휴보는 한국식으로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한 뒤 한발로 서기, 악수하기 등 사람의 동작을 흉내내 청중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휴보는 인간을 닮은 로봇으로 키 125㎝, 무게 55㎏이다. 시속 1.25㎞로 걸을 수 있다.

패널 중 한 사람은 "로봇의 지능이 발전해 사람을 지배하는 등 로봇 세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오 교수의 견해를 물었다. 오 교수는 "세상에는 좋은 로봇도, 나쁜 로봇도 없다. 다 똑같은 로봇일 뿐이다. 단지 그 로봇을 다스리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거나 좋은 사람으로 나눠질 뿐"이라고 답했다. 오 교수는 "교통 사고가 날 경우 운전자가 아닌 자동차가 사람을 쳤다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이다. 그러나 써퀴 교수는 "로봇 시대가 비인간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패널들은 최근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줄기세포에 대해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차원의 치료는 가능하겠지만, 콩팥.심장 등 장기를 만들어 이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프로그램은 CNN인터내셔널에서 과학기술이 미래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 집중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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